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신용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무방비로 내몰리고 있다.
저축은행·대부업체 등 제도권 안에 있는 2금융권들이 모두 높은 조달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대출을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2021년 법정최고금리를 연 20%로 제한한 것이 고금리 상황에서 대부업 등 2금융 시장 축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결국 급전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신용 취약계층은 연 이자가 400%에서 최고 4000%까지 나오는 불법 사금융에 손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금리 속 법정최고금리(20%) 제약으로 2금융이 역마진을 우려해 대출 문을 잠그면서 오히려 서민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접수된 불법 사금융 관련 신고·상담 건수는 4만7187건으로 전년 동기(4만5454건) 대비 1733건(3.8%) 증가했다.
기본적으로 금융권은 은행의 1금융권과 저축은행·상호금융·카드·보험 등 2금융권, 대부업이 차주를 신용도별로 구분해 대출을 담당한다. 돈을 빌리려는 차주는 은행부터 대부업체까지 차례대로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리게 된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연체율 관리를 위해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졌고, 2금융권의 취급액수가 줄었으며, 대부업의 대출액수도 줄었다. 현재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자금조달 금리와 연체율이 오르면서 2금융권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법망 내에서 마지막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부업체들은 사실상 개점휴업이어서 취약 차주들의 타격이 커졌다. 이곳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서민들은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대부업체들은 고금리 속 역마진 우려로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원가인 조달금리와 비용인 연체율(대손비용)이 아무리 높아져도 법정최고금리 때문에 대출금리를 연 20% 이상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대부업체들은 현재 대출을 진행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위험이 커지고 있다.
현행 대부업체 중 상당수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대출을 해줘도 마진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업계 전체가 고사할 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나이스신용평가 기준 대부업체 69개사가 내준 신규대출 규모는 총 9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나 급감했다. 하지만 대부금융협회 신용대출상품 금리 비교에 공시된 30개사 중 26개사는 이미 법정최고금리인 연 20%로 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어 금리를 높일 여력도 남지 않았다.
역마진 우려로 대부업체들이 대출 규모를 줄이면서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법정최고금리를 높이거나 기준금리에 연동하자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법정최고금리 20%가 저금리 시대에 정해진 만큼 지금은 현실적으로 금리를 조정해 기준금리나 법정최고금리에 연동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정최고금리 인상에 동반될 정치적 부담과 부정적 인식 때문에 이 같은 법안이 총선이 진행될 4월 전까지는 힘을 받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