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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이제 'AI 칩' 아닌 'AI 시스템'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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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이제 'AI 칩' 아닌 'AI 시스템' 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TC 2024 기조연설에서 '블랙웰' 기반 'GB200' GPU 플랫폼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유튜브 갈무리  이미지 확대보기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TC 2024 기조연설에서 '블랙웰' 기반 'GB200' GPU 플랫폼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유튜브 갈무리
엔비디아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X 2024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용 GPU(그래픽 처리 유닛)인 ‘블랙웰’을 선보이며 향후 AI 산업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새로운 블랙웰 GPU는 2개의 블랙웰 코어 칩을 하나로 이어 붙인 ‘듀얼 칩’ 구조를 채택했다. 이를 통해 이전세대 ‘호퍼’ GPU보다 4배 더 늘어난 메모리 용량을 지원하며, 1280억 개나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통해 약 5배나 더 빠른 AI 처리 성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성과 성능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블랙웰은 엄청난 성능 도약을 제공하며, 최첨단 AI 모델을 제공하는 우리의 능력을 가속할 것”이라고 극찬하는 등 현장을 찾은 AI 전문가들은 모두 블랙웰이 새로운 AI 혁신을 이끌어갈 핵심 주자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이번 ‘블랙웰’부터 자사의 AI 칩 판매 전략도 바꿀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이전 세대 호퍼 기반 ‘H100’칩의 경우 1개의 GPU만 탑재한 단일 모듈을 시작으로 단계적인 제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반면, 이번 블랙웰은 단일 모듈 GPU는 보이지 않고, 2개의 블랙웰 GPU와 1개의 ‘그레이스’ CPU로 구성된 ‘GB200 블랙웰 슈퍼칩’이라는 기판 형태 플랫폼을 기본 제품으로 선보였다.

또한, 20일(현지시각)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워크로드용 블랙웰 GPU를 3만~4만 달러(약 4000만~5300만 원)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엔비디아가 더 이상 자사 AI 칩을 단일 부품 형태가 아닌 모듈화된 반제품이나 완제품으로만 판매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에 엔비디아가 GTC에서 공개한 블랙웰 기반 제품은 GB200 슈퍼칩 플랫폼을 2개 탑재한 블레이드 서버 형태의 제품과, 이를 최대 36개 쌓아 올린 ‘랙(rack)’ 형태로 구성한 GPU 서버 제품, 8개의 블랙웰 GPU를 탑재한 AI 특화 플랫폼 ‘DGX B200’ 등 반제품 및 완제품뿐이었다.

이러한 제품 전략의 변화는 엔비디아가 AI 칩 판매를 통한 수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이전 ‘호퍼’ 세대까지만 하더라도 엔비디아는 HP나 델, 슈퍼마이크로 등 데이터센터 부문 주요 협력사에게 AI칩과 전용 데이터 인터페이스, 네트워크 카드 등을 각각 따로 공급했다. 그렇다 보니 지난해 기록적인 AI 칩 매출 증가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품귀현상으로 인한 가격 인상분이 엔비디아가 아닌 협력사의 이익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반면, 협력사를 거치지 않고 AI 서버나 슈퍼컴퓨터를 반제품 또는 완제품 형태로 직접 판매하면 부품 단위로 따로 공급하는 것보다 제품 판매로 인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8개의 블랙웰 GPU가 탑재된 DGX B200 슈퍼컴퓨터나 576개의 B200 GPU를 내장한 DGX B200 슈퍼팟(SuperPOD) 서버 ‘완제품’을 각각 수백만 달러에 판매하는 것이 수익 면에서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즉, 엔비디아는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과 제품 성능뿐 아니라, AI 관련 제품 판매로 인한 수익까지 모조리 ‘독점’하겠다는 욕심을 드러낸 셈이다.

현재 세계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80% 이상인 상황에서 주요 협력사나 고객들이 엔비디아의 새로운 판매 전략에 당장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첨단 AI 개발에 엔비디아 AI칩을 안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엔비디아의 방침은 장기적으로 오픈AI를 비롯한 주요 AI 칩 고객들의 ‘탈 엔비디아’를 가속하고, AMD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파고들 ‘빈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 될 전망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