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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韓 스타트업 유치 박차…"또 기술 뺏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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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韓 스타트업 유치 박차…"또 기술 뺏으려고?"

韓日, 양국 스타트업 투자 및 시장 진출 지원
기시다 총리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 일환
제2의 라인야후 사태 막기 위한 올바른 대응 必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참여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시다 일본총리의 라인 강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참여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시다 일본총리의 라인 강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정부가 한국의 유망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제2의 라인야후' 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기조 하에 한‧일 정부는 함께 손을 잡고 한국 유망스타트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라인야후' 사태의 촉발로 일본의 '기술 탈취'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양국의 스타트업 육성에 나섰다. 중소기업벤처부는 '한일 벤처·스타트업 투자 서밋 2024'을 지난 10일 일본에서 열고 양국의 스타트업의 투자와 K-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등을 돕기로 했다.

같은 날 도쿄에 'K-스타트업센터'의 개소식을 갖고 국내 스타트업이 일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해외 거점으로 삼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IT 업계의 불황과 더불어 스타트업 투자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스타트업 투자 확대는 시류와 반대되는 모습이다.

업계 동향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일본의 스타트업 투자 확대는 지난 2022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내세운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에 따른 것이다. 스타트업을 일본 경제 부흥의 원동력으로 내세워 침체된 일본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 넣고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전례 없는 정책이다.

일본의 스타트업 시장 발전이 유난히 더뎠던 이유는 일본의 안정을 추구하는 폐쇄적인 문화에 기반한다. 스타트업이라는 모험 대신 정기적인 급여가 지급되는 고용 형태를 선호하는 국민 정서 상 스타트업 발전이 어려웠다. 이로 인해 스타트업 창업, 유니콘 기업의 발굴이 전무해지며 일본의 기술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스타트업 투자를 대폭 확대해 뒤늦게라도 스타트업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인 것.

(왼쪽에서 네 번째)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각) 일본 CIC(Cambridge Innovation Center) 도쿄에서 열린 'K-스타트업 센터(KSC) 도쿄 개소식'에서 관계자들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왼쪽에서 네 번째)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각) 일본 CIC(Cambridge Innovation Center) 도쿄에서 열린 'K-스타트업 센터(KSC) 도쿄 개소식'에서 관계자들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그러나 '라인야후' 사태로 인해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에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지분을 1%에서 최대 100%까지 사들이는 것을 모두 논의 선상에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 밝힌 이후,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일본에 진출하는 스타트업 역시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라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 사업을 키우기 위해 쏟아부은 기술이 '메이드 인 재팬'으로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상황에 처하면서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반응인 것.

이와 관련해 일본 소식에 정통한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라인야후 사태 이후 유사한 방식으로 한국 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려는 시도가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처음 한 번은 어려워도 두 번, 세 번은 쉬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호사카 교수는 "우선 왜 일본이 이런 극단적이고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는지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현 자민당 정권은 6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자금 비리 이슈 등으로 낮아진 지지율에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봄에 있었던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자민당 후보가 모두 입헌민주당 후보에 패배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네이버가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호사카 교수는 "실제로 라인야후 사태 이후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눈에 띄게 오른 것을 확인했다. 일본 국민들은 자국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지분 구조 재검토 조치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이번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단순 유감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적절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악의 경우 네이버가 모든 지분을 매각하고, 그동안 라인을 운영하며 쌓은 기술력을 소프트뱅크가 흡수하게 된다면 일본 정부가 타국의 기술 침탈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선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제2, 제3의 라인야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호사카 유지 교수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기술 탈취'는 소규모 스타트업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시민연대(준비위) 위정현 위원장은 "반대의 시점에서 바라보면 라인 정도 되는 규모의 대기업도 일본 정부에 의해 무력하게 기술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는데, 그보다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 기술을 빼앗는 것은 어린아이 사탕 빼앗기보다 쉽지 않겠나"라며 이번 라인야후 사태를 간단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위 위원장은 "일본이 자국의 예산을 들여 한국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일본 시장 진출을 돕는 것은 그야말로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은 행태다. 라인야후 사태를 남의 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