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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홈쇼핑, 숏폼으로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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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홈쇼핑, 숏폼으로 ‘기사회생’

TV 시청 수는 줄고, 송출수수료는 늘고
모바일서 활로 찾은 홈쇼핑, 효과 ‘톡톡’

(왼쪽 위 시계방향)GS샵,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국내 홈쇼핑사들이 TV가 아닌 모바일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왼쪽 위 시계방향)GS샵,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국내 홈쇼핑사들이 TV가 아닌 모바일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 사진=각 사
국내 홈쇼핑업계가 TV가 아닌 모바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찍이 CJ온스타일, GS샵,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홈쇼핑 빅 4는 모바일 콘텐츠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TV 시청 수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모바일 이용 수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업체들은 고객 유입 전략의 일환으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숏폼(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상을 만드는 일은 홈쇼핑에서 제일 잘하는 일이다. 여기에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를 입혀 고객의 관심을 다시 끌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홈쇼핑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로 가득했다.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각 홈쇼핑사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홈쇼핑사가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지급하는 ‘송출수수료’가 증가하면서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실제 1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홈쇼핑 12개사(TV홈쇼핑 7개·데이터홈쇼핑 5개)가 지난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2조4561억원이다. 전년 대비 1.9%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홈쇼핑 방송 사업 매출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지난해 홈쇼핑 12개사 방송 사업 매출은 3조4933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홈쇼핑 업계는 이런 상황에 모바일 콘텐츠에서 나오는 성과가 반갑다. 가장 최근에는 GS샵이 숏폼의 효과를 증명했다. GS샵은 지난해 12월 말 TV홈쇼핑과 라이브 커머스 채널에서 송출된 상품 판매 영상을 1분 이내로 편집해 보여주는 숏폼 콘텐츠 서비스 ‘숏픽’을 오픈했다. 5월 말 기준 약 5000개 콘텐츠를 제작, 운영했는데 전체 누적 페이지뷰(PV)가 지난 6월 16일(일)을 기점으로 1억 회를 넘어선 것이다. 쇼핏 오픈 6개월 만의 성과다.

이용자와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5월 기준 일평균 숏픽 시청자 수는 1월 대비 130% 증가했으며 숏픽을 시청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직접 매출은 70.5% 늘어났다. 숏픽과 함께 GS샵 MAU도 늘고 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GS샵 모바일 앱 MAU는 1월 436만 명에서 5월 483만 명으로 10.8% 늘어났다.

CJ온스타일도 모바일 콘텐츠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숏츠 커머스 성장에 힘입어 모바일 앱 최상단에 숏츠탭을 신설하고 ‘30초 커머스’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모바일 앱 개편과 함께 본격적으로 운영한 숏츠 주문금액은 콘텐츠를 처음 운영한 1월보다 1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주문고객 수도 90% 늘었다.

CJ온스타일 숏츠 커머스만의 차별점은 제작 경쟁력이다. 상품 판매와 연계된 사업부마다 직접 숏츠 제작을 맡아 상품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앵글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6월부터는 AI전문업체의 솔루션을 활용해 방송이 끝나는 즉시 빠르게 숏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객마다 보여지는 숏츠 영상도 각기 다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숏츠탭에도 적용하면서 고객 활동 이력(구매·검색·클릭 등)을 분석해 고객 취향에 맞는 영상을 추천한다.

롯데홈쇼핑도 최근 숏폼 성과를 공개했다. 롯데홈쇼핑은 모바일이 아닌 TV생방송에 숏폼을 적용해 지난 3월 업계 최단 기간 타임세일 방송 ‘300초 특가’ 방송을 선보였다. 일반적인 숏폼 마케팅을 벗어나 기존 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을 택한 것. 고객들의 빠른 구매 결정이 가능하도록 300초 동안 생필품, 지역 특산물 등을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했다.

하루 최대 2회, 시청률이 낮은 평일 오전과 낮 시간대를 틈새 공략한 결과 긍정적인 고객 반응이 이어졌다. 론칭 이후 현재까지 109회 방송에 누적 주문건수 4만 건 돌파, 주문액은 8억 원에 달한다.

현대홈쇼핑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숏폼 자동 제작 시스템’을 선보인다. AI를 통한 다량의 숏폼 콘텐츠를 선보여 온라인몰 등 모바일 플랫폼으로 신규 고객이 유입되는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사내 파일럿 테스트 결과 해당 시스템을 활용해 제작한 숏폼은 고객 선호도에 기반한 주요 장면을 빠짐없이 담아냈으며, 시청 지속 시간 역시 기존 숏폼 대비 약 2배 늘었다.

숏폼 자동 제작 시스템은 AI 기술에 기반해 TV홈쇼핑 방송과 라이브커머스 영상을 1분 내외로 줄여 자동 업로드한다. 쇼호스트의 멘트를 텍스트로 전환하는 STT(Speech To Text)와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 판매방송 영상을 1분 하이라이트로 자동 편집한 뒤 자체 유튜브 채널 ‘훅티비’에서 숏폼 콘텐츠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이 시스템의 특징은 평균 60분 이상의 방송 영상을 숏폼으로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5분 이내로 줄이고, 상품 사용법과 착용 모습 등 시청률이 몰리는 구간을 스스로 분석해 숏폼을 자동 제작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유튜브를 통해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콘텐츠 채널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현대H몰 등 모바일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강화해 차별화 이용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독자적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통해 신규 고객 확보와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