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니시크’란 할머니를 뜻하는 ‘그래니(Granny)’와 ‘시크(Chic)’가 결합된 패션 용어다. 헤드 스카프와 같이 오래전 유행했던 아이템뿐만 아니라 패턴이나 자수가 들어간 블라우스, 컬러풀한 스웨터 등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아이템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세련된 느낌의 ‘멋쟁이 할머니’ 패션을 지칭한다.
LF 관계자는 “2024년 상반기 패션계를 휩쓴 키워드 ‘긱시크’ 트렌드에서 볼 수 있듯이 안경, 스카프와 같은 작은 아이템으로도 유행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패션 트렌드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최근에는 세대와 트렌드를 초월한 세련된 클래식이 주목 받으며, 수십 년의 세월 속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는 멋스러운 그래니 룩이 빈티지 패션 열풍과 맞물려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닥스 관계자는 “기존에는 목에만 두르던 스카프를 머리나 가방에 두르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하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스카프의 원조격 브랜드 닥스가 주목 받고 있다”며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24FW 남성 스카프까지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라 전했다.
헤드 스카프를 잇는 ‘그래니시크’ 대표 아이템은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 듯한 레이스, 러플, 플라워 패턴 아이템이다. LF가 수입판매하는 주요 프랑스 여성복 브랜드 ‘이자벨마랑’과 ‘바네사브루노’에서는 보헤미안 무드를 기반으로 한 그래니시크 트렌드를 개성 있게 해석한 아이템들이 봄여름 시즌 주목 받았다.
‘이자벨마랑’의 24SS 시즌 레이스 블라우스는 90% 이상의 판매율을 기록하며 완판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고, 대세를 이어가기 위해 24FW 시즌 러플, 플라워 포인트를 앞세운 아이템을 다수 출시했다. 24FW 시즌 출시한 플라워 패턴의 러플 디테일 블라우스와 스커트 세트는 출시 한 달 만에 판매율 75%로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
이자벨마랑의 24FW 컬렉션 런웨이에서도 레오파드 패턴의 레깅스와 퍼를 활용해 ‘할머니의 전성기’를 재해석하며 프렌치 무드가 더해진 그래니시크 트렌드를 독창적으로 선보였다.
‘바네사브루노’에서도 24SS 시즌 인기 품목을 살펴보면 ‘자수 블라우스’ 매출 비중이 블라우스 카테고리 내 40%를 차지할 만큼 자수 아이템의 인기가 돋보였다. 그래니시크 아이템으로 빠질 수 없는 크로셰 니트와 톡톡 튀는 색상의 컬러 니트 또한 80%에 가까운 판매율을 기록했다. Pre-Fall 시즌 신상품으로 출시한 자수 블라우스와 컬러 니트 역시 출시 2주만에 물량 절반 이상이 빠르게 소진돼 현재 리오더를 진행 중이다.
이번 FW 시즌에는 좀 더 모던하고 클래식한 무드를 확대해 스타일 스펙트럼을 확장하면서도 레드, 퍼플, 터쿠와즈 블루 등 과감한 컬러 포인트를 강조해 바네사브루노의 자유로운 아름다움을 도회적으로 풀어나갈 전망이다.
LF 관계자는 지난해 그랜파코어에 이어 올해 그래니시크까지 ‘시니어코어’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MZ세대의 성향이 패션 트렌드에도 반영이 되면서 나이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룩이 신선하다고 여겨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는 에이지리스 브랜드의 클래식함이, 촌스러움 보다 오히려 멋스러움으로 비춰지기 시작한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실제 에이지리스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헤지스’의 시그니처 ‘아이코닉’ 라인의 구매 고객 연령대 비중을 살펴보면 클래식함은 어느 특정 연령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연령대가 함께 공유하는 하나의 트렌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코닉’ 라인의 연령대 비중은 2030대(33%), 40대(33%), 50대(30%)로, 어느 특정 연령대에 치우치지 않고 30~50대 연령대 사이에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