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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신 '수익'...다시 넷플릭스 손 잡는 콘텐츠 배급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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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신 '수익'...다시 넷플릭스 손 잡는 콘텐츠 배급사들

OTT 경쟁 '소강 국면'…콘텐츠 재유통 가시화
HBO·파라마운트 등 일부 인기작, 넷플릭스에 배급
티빙 히트작 '선재 업고 튀어'도 넷플릭스행
업계 일각선 'OTT 경쟁서 넷플릭스 승리' 분석

넷플릭스와 경쟁하던 OTT 플랫폼들이 일부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를 다시 넷플릭스에 배급하며 플랫폼 간 콘텐츠 장벽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넷플릭스와 경쟁하던 OTT 플랫폼들이 일부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를 다시 넷플릭스에 배급하며 플랫폼 간 콘텐츠 장벽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OTT 경쟁이 최고조를 지나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빗장을 걸어 잠갔던 콘텐츠 유통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계약을 종료했던 타사 OTT 오리지널 작품이 다시 넷플릭스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업계는 플랫폼 간 스트리밍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배급사들이 콘텐츠 독점보다 유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더 높다고 판단하면서 앞으로는 콘텐츠 경계가 더욱 흐릿해질 전망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콘텐츠 유통 계약을 체결하는 회사가 증가하고 있다. 단순 배급사가 아닌 자체 OTT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파라마운트, HBO 등 경쟁사의 작품이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오는 것이라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HBO는 2021년 12월에 완결된 인기 코미디 드라마 시리즈 '인시큐어'를 넷플릭스에 유통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HBO는 2021년 12월에 완결된 인기 코미디 드라마 시리즈 '인시큐어'를 넷플릭스에 유통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넷플릭스


OTT 플랫폼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한 2019년부터 HBO맥스, 파라마운트+, 디즈니+ 등 다수의 배급사들이 자사 콘텐츠의 유통 계약을 차례로 종료한 바 있다. 그 결과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었던 워너브라더스의 '해리포터 시리즈', 디즈니의 '마블 시리즈', '디즈니 공주 시리즈', 파라마운트의 '스타트렉 시리즈' 등 다수의 인기작들이 넷플릭스를 떠났다.
이후 구독자 확보를 위해 OTT 플랫폼은 자사 서비스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및 오리지널 콘텐츠를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OTT 콘텐츠의 범람 시기가 시작됐다. OTT 플랫폼들은 저마다 콘텐츠 벽을 쌓아 올리고 유통 경로를 완전히 틀어막았다. 그 결과 구독자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적어도 2개, 많게는 3~4개의 OTT를 구독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구독자들의 피로감은 2019년부터 약 5년이 지난 현재 OTT 플랫폼사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을 줄이고 수익성이 낮은 플랫폼들이 하나둘 사업을 정리하면서 치열했던 시장에 안정화 기미가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에 먼저 손을 내민 쪽은 HBO다. HBO는 2021년 12월에 완결된 인기 코미디 드라마 시리즈 '인시큐어'를 넷플릭스에 유통하기로 결정했다.

파라마운트의 대표적인 콘텐츠 '스타트렉' 일부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다시 공개되고 있다는 것도 희망적인 소식이다. 리부트 된 스타트렉 영화 시리즈는 여전히 파라마운트+에서만 시청할 수 있지만 새롭게 출시된 '스타트렉: 프로지디 시즌2'는 지난 1일 넷플릭스에서 막 공개를 시작했다. 다양한 배급사의 콘텐츠를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었던 초기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티빙의 오리지널 시리즈 '선재 업고 튀어(영어명 'Lovely Runner)'도 넷플릭스에 추가된다.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티빙의 오리지널 시리즈 '선재 업고 튀어(영어명 'Lovely Runner)'도 넷플릭스에 추가된다. 사진=넷플릭스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티빙의 '선재 업고 튀어'가 오는 8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현재 티빙을 통해 독점 공개되고 있는 '선재 업고 튀어'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로, 최종화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메가 히트작'이다.

'선재 업고 튀어'를 보기 위해 티빙을 구독하는 시청자들이 있을 정도지만, 제작사에서는 해당 드라마를 '독점'하는 대신 화제성이 떨어지기 전에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고 유통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지난 2021년 티빙 독점작으로 공개된 한효주·박형식 주연의 '해피니스'도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넷플릭스의 승리'라고 보고 있다. 넷플릭스의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인 '기묘한이야기', '오징어 게임', '더 에이트쇼' 등은 여전히 넷플릭스에서만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재유통하기로 한 것은 HBO맥스와 파라마운트+ 등이 오랜 경쟁에서 '백기'를 든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넷플릭스에 유통하기로 한 작품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일단 물꼬가 트인 이상 다른 작품의 배급도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배급사들이 자체 OTT에 콘텐츠를 독점으로 제공하는 것과 넷플릭스와 유통 계약을 체결하는 것 중 어느 것이 회사에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지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OTT 플랫폼 간 막혔던 유통의 벽이 더 빠르게 허물어지고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