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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 높은 전통춤·궁중무용의 진정성이 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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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 높은 전통춤·궁중무용의 진정성이 흐드러진다

[나의 신작연대기(39)] 평인 이승주(평인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안무·기획·출연의 '舞,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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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인 이승주(평인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안무·기획·출연의 '舞, 풍경'
친밀하게 낯선 풍경을 사유하다

평인(平人) 이승주는 전통과 창작을 오가며 자신의 춤 빛깔을 가꾸어 왔다. 무인(舞人)의 춤 정신과 구성이 돋보이는 '舞, 풍경'은 부지런한 움직임의 한 모습이었다. 우리 춤의 바람직한 전통을 이어가면서 협업과 공감의 가치를 견인하는 빛나는 열정과 묵직한 중량감은 춤 연기자의 모범이었다. 이승주는 ‘제26회 한밭국악전국대회’에서 이매방류 ‘살풀이춤’으로 대통령상, 제18회 경기국악제 무용부문 대상, 제14회 온나라전통춤경연대회 국악원장상 등을 수상하며 전통춤에 대한 진지한 존중과 접근 방식을 보여주었다.
8월 18일 오후 5시, 민속극장 ‘풍류’에서 평인댄스컴퍼니 주최·주관의 '舞, 풍경'이 대한무용협회, 우리춤협회, 아악일무보존회, 우봉이매방춤보존회, 김진걸산조춤보존회, 일한전통무용협회, 이서윤한복, 신화의상실, 이화국악사, esangdance, 아우라코스메틱, 마이라이드, 에스에이치에이치, 어람풍경무용단, 한양교방춤전승원의 후원으로 공연되었다. 출연진은 이승주와 뜻을 같이하는 ‘평인춤연구회와 연희KR’이었다. 그녀는 종묘제례악 ‘일무’와 ‘승무’ 이수자이자 사)아악일무보존회·사)정재연구회·서한우버꾸춤보존회 상임이사로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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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인 이승주(평인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안무·기획·출연의 '舞,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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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인 이승주(평인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안무·기획·출연의 '舞,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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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인 이승주(평인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안무·기획·출연의 '舞, 풍경'

'舞, 풍경'은 평인춤연구회의 공연을 전통음악·궁중무용 명인 심소(心韶) 김천흥(金千興, 1909.02.09.~2007.08.18.) 선생의 기일에 맞추어 기획한 공연이었다. 혹독한 수련과 현장을 체험한 춤꾼들의 격조 춤은 흔들리는 시대의 불안을 털어내고 작품에 진정성을 불어 넣었다. 꾸밈이 없이 수수한 전통춤이 음악과 어우러져 절정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소통의 춤은 평인댄스컴퍼니의 2009년 창단 당시의 분위기를 소환한 듯했다. 무단(舞團) 평인댄스컴퍼니는 전통춤의 이론과 실기를 연구하고 전통을 전승하는데 진력해 오고 있다.

‘춘앵전’의 창사 나수무풍경((羅紬舞風輕, 비단 옷소매에 바람이 일렁이네)에서 제목을 따온 '舞 풍경'의 아홉 갈래의 춤을 소지하고 있었다. ‘정재기본무’(呈才基本舞), ‘무산향’(舞山香), ‘아박무’(牙拍舞), ‘검무’(劍舞), ‘종묘제례악 일무’(佾舞)보태평지무-전폐희문 정대업지무-소무·독경·영관, ‘춘앵전’(春鶯囀), ‘아쟁산조춤 청연’(淸緣), ‘쌍승무’(雙僧舞), ‘풍경’(風景)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舞, 풍경'에 걸친 춤은 낯선 듯 익숙하고, 익숙한 듯 낯선 구성으로 천천히 길게, 느린 듯 빠르게 리듬감을 조율해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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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인 이승주(평인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안무·기획·출연의 '舞,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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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인 이승주(평인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안무·기획·출연의 '舞, 풍경'

‘정재기본무’(呈才基本舞) : 조선조 마지막 무동 김천흥의 정재기본무는 궁중무용의 원리와 사상을 명확하게 분명한 동작으로 구성해 놓은 기본 동작들이다. 10명의 무용수가 벌이는 백색 판타지는 반복과 리듬감을 견지하며 연출 감각을 보여준다. ‘무산향’(舞山香) : 조선 23대 왕 순조의 사순을 축하하며 효명세자가 예제한 창사를 부르며 대모반 위에서 추던 독무이다. 무산향의 활달한 춤사위가 양강(陽剛)의 미를 표현하는 춤이다. 이승주의 독무는 경건한 기쁨을 견지하며 앙장브망(enjambement)의 기교를 연상시킨다.

‘아박무’(牙拍舞) :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 속악조(俗樂條)에 동동(動動)으로 전하며, 악학궤범(樂學軌範), 시용향악정재도의(時用 樂樂呈才圖儀)에는 “아박을 두 손에 들고 박자에 맞추어 치면서 대무한다”라고 적혀있다. 복식과 기교의 조화가 관심을 고조시켰다.

‘검무’(劍舞) : 황창랑무(黄倡郞舞)는 네 명의 무원(舞員)이 장검으로 대무하여 추는 춤이다. 민간의 가면무가 조선 순조 때 궁중정재로 채택된다. 궁중 연희용 칼은 무구화(舞具化) 되어 길이가 짧아졌고, 가면 없이 여령들이 추던 춤으로 자세와 과정이 관심의 핵심이다.

‘종묘제례악 일무’(佾舞)보태평지무-전폐희문 정대업지무-소무·독경·영관 : 세종 창제, 세조 개작의 조선조 역대 왕들에 대한 제사 때 연행하는 악곡에 맞추어 행으로 벌려 서서 추는 춤이다. 이승주와 후학의 춤은 의미에 걸맞게 국가무형유산 제1호,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문화유산 걸작이다.

‘춘앵전’(春鶯囀) : 효명세자의 모친 순원숙황후 보령 사십 탄신 축하 창사를 노래하며 춤추는 독무이다. 이른 봄날 아침에 버드나무 가지에서 노래하는 꾀꼬리의 자태를 무용화한 것이다. 무대, 인물, 분위기가 타 작품과 차별화된다.

‘아쟁산조춤 청연’(淸緣) : 김진걸류 산조춤을 기반으로 현의 소리를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이승주 안무가는 청아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인생 여정을 그린 춤을 통해 이승주와 윤보배·박소연·김다인·최은빈 사이의 맑고 고운 인연을 밝힌다.

‘쌍승무’(雙僧舞) : 김미복, 이승주 주체의 대북 타고(打鼓)는 법고무 동작을 기본으로 하여 1930년대 한성준에 의해 양식화되고, 한영숙과 이매방 중심으로 전승되었다. 가사 장삼에 고깔을 쓴 무용수는 탈 업 과정, 속세와의 절연, 해탈에 이르는 희열을 고요한 듯하면서도 역동적으로 표현하였다.

‘풍경’(風景) : 길놀이와 판굿으로 흥을 돋우고, 자진모리·동살풀이 장단으로 흥을 힘껏 올린 후 사자춤으로 조화와 신명을 이끈다. 버꾸춤은 전남 해안 완도군 금당도 농악놀이를 무대화한 춤이다. 토속적이며 투박한 마당놀이의 강한 동작들이 개성 있는 움직임으로 다듬어졌고 후반으로 갈수록 폭발적인 역동성을 보이며 버꾸춤 특유의 신명과 흥을 자아낸다.

관객석에서 등장하는 사물놀이 풍물패의 연주는 사자놀음을 수용하고 태평소는 어울림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승주는 스승과 후학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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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인 이승주(평인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안무·기획·출연의 '舞, 풍경'

평인(平人) 이승주는 2009년 평인이승주무용단을 창단하고 '舞人-춤향二題'로 출범을 알렸다. 이승주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우수공연선정작 마당놀이 '신뺑파전'(2021), 서울 전통춤 문화제(2021), 이승주의 춤 '동행, 함께 그 길을 걷다'(2022), 해외통일문화지원사업 'HIKARI_통일의 빛, 함께 이루다'(2022), 제93회 남원춘향제 개막식 축하공연(2023), 대한민국판소리한마당 동리창극 '옹녀전'(2023), 남원춘향제 축하공연 '춤의 향연'(2024), 제33회 전국무용제 사전행사 '제주창작무' 초청공연(2024) 등으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승주 안무·기획·출연의 '舞, 풍경'은 한국무용가 이승주의 심상을 밝힌 공연이다. 이승주의 이타행의 춤 풍경은 늘 아름답다. 그녀는 자신의 내공을 가리고, 겸손하게 스승과 제자 사이의 허리 역할을 해왔다. 그녀의 전통춤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시도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녀는 수련을 거친 자신감으로 단계적 상승효과를 부르는 작품을 늘 준비한다. 그녀는 늘 도전적 유전자로 발전의 주체가 되어왔다. 이번 공연은 조화의 한가운데에서 스승을 기억하며 도반들과의 뜻을 같이하는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