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31 05:57
옛 성현은 현대인의 지식과 지혜를 뛰어넘는다. 우리는 성인이라 칭송하는 석가모니 붓다, 예수 그리스도, 공자, 소크라테스의 언행을 존중하고 신성시해 종교적 숭배의 대상으로 격상했다. 그런데 그들 성인에 못지않은 옛 도인 또는 선비의 행적은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아서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기원전 4000년 혹은 6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하늘의 별자리를 그린 천문도나 음양오행이란 문자로 천지 만물의 창조와 자연의 변화 규율을 표시해 놓는 등 과학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행적을 남긴 이름 모를 선비는 많았다. 노자는 득도한 그 선비들의 초월적 능력이 미묘하고 현통하여 앎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리2025.03.24 05:47
도의 형상은 서녘에 지는 해의 은은한 빛과 같다고 할까? 아니면 동틀 무렵 희끄무레하게 밝아오는 하늘빛이라 할까? 그처럼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가상 세계를 도라고 명명하고 그 모양을 이렇게 표현했다. 보아도 색깔이 없어서 볼 수 없다는 뜻에서 이(夷: 색깔 이), 그 소리를 귀 기울여 들을 수도 없어 희귀하다는 뜻에서 희(希), 모습 있는 물질이 아니라서 잡을 수도 없이 미세하다는 뜻에서 미(微)라 했다. 그리고 이 셋(이, 희, 미)이 혼합해 하나가 되어 있어서 마치 희끄무레한 어둠 속의 꽃처럼 희미해 도의 형상을 밝혀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색깔이 없고, 희귀하고, 미세한 것이 혼합되어 모양을 알 수 없는 그것(道)의 위는 어둑2025.03.17 05:53
중국 춘추전국시대 이야기다. 춘추 5패의 첫 번째 패자인 제나라 환공은 지혜가 뛰어난 관중을 재상으로 삼아 천하 맹주가 되었다. 하지만 그 나라에 흉악하고 간교한 역아, 수초, 개방이라는 세 신하가 있었다. 중국 역사에서 그 셋을 흉악한 귀신에 비유해 삼귀(三鬼)라고도 한다. 그들은 악독한 천성을 드러내기 전에는 하늘도 감읍할 만큼 임금 환공에 대한 충성심이 깊었다. 특히 역아는 환공이 농 삼아 세상에 있는 고기는 다 먹어봤지만 사람 고기는 못 먹어봤다고 하자 그날 바로 집으로 가 하나밖에 없는 어린 아들을 죽이고 그 살을 베어 국을 끓여 환공에게 바쳤다. 환공은 처음 먹어본 인육 맛이 일품이라고 연신 감탄했다. 나중에2025.03.10 08:31
혼(魂)은 정신이고 백(魄·넋)은 육신의 정기다. 넋이 받아들이는 감각 기관은 오관(五官: 눈·귀·코·혀·피부 감촉)이다. 중국 전국시대 철학자 장자는 말했다. 눈은 아름다운 것만 탐하여 보려 하고, 귀는 좋은 소리만 탐하여 들으려 하고, 코는 관능을 자극하는 향기로운 냄새만 탐하여 맡으려 하고, 입은 맛있는 것만 탐하여 먹으려 한다. 피부 감각은 부드러움만 탐하여 욕정에 사로잡힌다. 이처럼 번뇌는 오관이 자극을 받아 본성과 자아를 어지럽게 충동질해 번뇌가 물거품처럼 일었다가 스러지기를 반복한다. 번뇌가 본성과 자아를 어지럽히면 이성적 판단이 흐려져서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한다. 거기다가 성공과 실패를 바르게 성2025.03.03 07:25
도는 비어 있어서 만물의 정기를 품고 천지자연을 무한히 탄생시키고 길러주는 덕을 무한히 베푼다. 사람 역시 살아가는 데 비어 있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존재할 수가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는다. 만물 역시 그러하다. 비어 있지 않으면 존재 이유조차 없다. 그릇이 비어 있으매 담을 수 있고, 방이 비어 있으매 들어가 쉴 수 있다. 집도 빈 곳을 의지하여 지붕과 기둥이 있으며, 문도 비어 있어서 드나들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하늘이 비어 있어서 무수한 별들이 빛을 내고 땅이 비어 있어서 자연이 존재할 수 있다. 힌두의 위대한 경전 베다의 서 우파니샤드에 이런 서사시가 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물었다.2025.02.24 06:29
도덕경을 다 이해하고 실천하여 큰 깨달음을 얻는 법이 혼백을 하나로 묶는 데 있다. 지식이 천만 가지라도 혼백을 하나로 묶는 것만 못하다. 지식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도구이지 깨달음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공자와 맹자의 유학 경전을 다 읽고 다 외우고 다 쓸 만큼 지식이 넘쳐나도 무위로 실천하지 못하면 가난뱅이가 비단옷 입고 부자인 체 허세를 부리는 것 같아서 위선이 따른다. 가령 공자의 중용은 차별하지 않는 인간사의 최상의 진리다. 너와 나, 귀하고 천하고를 차별하지 않으면 다툼이 있을 수 없으므로 세상은 더없이 평안할 것이다. 하지만 공자 자신이 과연 중용을 지켰을까? 사람의 신분을 귀천으로 차등 둔 그의 언행이2025.02.17 07:41
보자기에 귀한 물건을 한가득 채웠는데 욕심내 억지로 더 쑤셔 넣으면 보자기가 터지고, 많이 먹어 배부른데 맛있다고 꾸역꾸역 더 먹으면 배탈이 나고 수명도 짧아진다. 타고난 복이 백만원이면 족한데 일억원 욕심내면 백만원도 잃고 나중에는 빚까지 진다. 그래서 노자가 말했다. 금은보화가 집 안에 넘치게 가득하면 능히 지킬 수 없고, 부귀를 누리면서 교만하면 재앙을 입는다. 요즘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은 욕심에 눈이 먼 노름꾼 같아서 백만원을 벌면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벌려다가 패가망신하여 폐인이 되거나 죄짓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부귀하여 남부러울 게 없으면 겸손해야 하는2025.02.10 06:15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맑은 샘이건 더러운 시궁창이건 가리지 않고 흘러가 그곳을 적셔 말라 죽어가는 초목을 살리고 새 생명도 탄생시키며 길러도 준다. 온 누리에 자연을 낳고 기르는 덕을 차별 없이 베푼다. 착한 짐승, 악한 짐승을 가리지 않는다. 사람을 살리는 약초, 사람을 죽이는 독초도 가리지 않으며 신분이 천하건 귀하건 차별하지 않고 고루 마시게 하여 목숨을 이어가게 한다. 또 거칠지 않고 한없이 부드러워도 꺾이지도 않으며 다이아몬드를 자르니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 거기다가 높이 오르려고도 하지 않고 항상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가 그곳을 정화해 꽃을 피운다. 거기다가 막히면 돌아가고 다투지 않으므로 세상에서2025.02.03 07:25
천장지구(天長地久)란 말이 있다. 하늘과 땅은 장생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하늘은 영원하고 땅 또한 오래오래 존재하는데 그 까닭은 살고자 하지 않기 때문이라 했다. 석가모니 붓다가 불교 경전 금강경에서 사람이 깨닫지 못하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想), 수자상(壽者相) 때문이라 했다. 아상은 '나'에 대한 이기적 집착이고, 인상은 인간만의 욕망에 대한 집착이고, 중생상은 일체 생명체의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집착이고, 수자상은 오래 살고자 괴로워하는 집착을 뜻한다. 이 모든 상은 한마디로 번뇌이고 번뇌는 사람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불경 반야심경에서는 무아에 들면 늙2025.01.27 06:02
도는 현묘한 골짜기를 통해 만물을 쉼 없이 낳고 길러준다고 하였다. 그 골짜기를 일컬어 곡신(谷神, 신령한 골짜기 신)이라 한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아득하고 아득한 그 옛날, 일원(一元)하게 잉태하고 있던 도의 정기 일기(一氣)를 필두로 만물을 면면히 탄생시키는 우주적 자궁을 그리 명명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깊은 골짜기 샘에서 솟아 나오는 물이 강이 되어 온 대지를 적시고 만 가지 생명을 낳고 길러주는 것과 같다. 따라서 곡신은 여성의 자궁과 같아서 곡신의 문이 막히면 땅은 황폐해져서 자연은 단 하나의 생명도 살아남지 못한다. 노자는 말했다. 곡신은 현묘한 암컷의 문이다. 천지 만물을 낳는 근원이며 “영원히 죽지 않2025.01.20 07:27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5장의 첫 구절과 둘째 구절에서는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아서 만물을 추구처럼 여기고, 성인도 어질지 않아서 백성을 추구처럼 여긴다"고 했다. 추구(芻狗)는 고대 중국에서 짚이나 풀로 엮어 제사상에 놓는 개[犬]를 뜻한다. 제사 지낼 때는 귀하게 모셔지지만 제사가 끝나면 하찮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하필 개를 제사상에 올리는 이유는 개가 잡귀 침범을 막아주는 짐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를 무덤을 지키는 수문장이란 뜻에서 엄무(閹茂)라고도 한다. 쓸 때는 귀하게 여기지만 쓰고 나면 버리는 행위는 참 비정하고 인자하지 않다. 그런데 어찌하여 하늘과 땅이 인자하지 않다고 하는 것일까? 더더구2025.01.13 07:32
도는 비어 있어서 쓰임새가 있고 혹시라도 넘치지 않는다. 깊고 깊은 그곳이, 신의 집과 같은 그곳이 만물을 탄생시킨 근원이다. 그리고 그윽이 잠기고 잠겨서 존재하는 것 같지만 누구의 자식인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모습을 알 수 없는 하느님보다 먼저였을 것이라 했다. 도는 본래 그 깊이와 위아래 좌우 사방을 가늠할 수 없이 텅 비어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 굳이 도라고 호칭했다. 그리고 텅 빈 그곳에서 첫 물질 하나가 홀연히 태어났으며, 이 하나를 만물의 어머니(萬物之母)라 했다. 그러한 창조의 원리와 순서에 대해 역(易)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저 때에 일기(一氣)가 엉켰으니…”2025.01.06 07:31
이 장의 핵심은 불상현(不尙賢)이라 하여 어질고 재주와 지식이 뛰어남을 경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다음 구절에서 얻기 어려운 보화를 귀하지 않게 하고 욕심낼 만한 것을 보지 않으면 백성의 마음에 혼란이 없다고 하였다. 불상현은 지식, 재주, 어진 덕행이 없으면 백성이 다투지 않는다는 뜻이다. 욕심낼 만한 것을 보면 가지고 싶은 마음(견물생심·見物生心)은 익히 알고 이해하기도 쉽다. 하지만 불상현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인의와 예절은 인간이 지켜야 할 바 최고의 덕목이란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규범이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의 사상과 철학이 집약된 내용인데 이를 부정하다니 괴이쩍고 생뚱맞기도 하다. 하2024.12.30 06:04
'도리천 가는 길'이란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여인이 여섯 살 난 딸 하나를 데리고 혼자 살면서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남자와 재혼했다. 그 여인은 남편과 전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을 애지중지했다. 그녀는 친자식보다 전처 자식을 더 사랑했다. 그녀의 친딸이 전처 자식이고 전처 아들이 그녀의 친아들이라 생각할 만큼 각별했다. 어느 날 전처 아들과 친딸이 음식을 잘못 먹고 설사를 심하게 했다. 놀란 여인은 의술이 좋은 한 도인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도인이 진맥해보니 식중독이었다. 도인은 짐짓 침울한 표정으로 두 아이의 똥 맛을 보아야 치료를 할 수 있다며 어미 된 도리로 똥 맛을 보고 냄새와 맛을 말해 달라고 했다2024.12.23 07:17
필자는 최근에 도덕경을 해설한 저서를 출판하였다. 저서 명을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이라 하였다. 그런데 저서에 도덕경 해설을 다 담을 수 없는 제한적 분량 때문에 못다 쓴 내용이 아쉬워 이 칼럼을 쓰기로 하였다. 도덕경은 기원전 6세기경 중국 춘추전국시대 철학자 노자가 도라는 가상의 세계를 설정하고 그로부터 만들어진 천지자연의 이치를 인간의 도덕적 관념에 비교하여 논한 사상과 철학의 경전이다. 경전의 주 내용은 위하지 않아도 저절로 위해지는 자연 현상을 무위라 하고, 무위를 인간 역시 행해야 할 최선의 덕목으로 규정하고 논리를 전개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밝혔다. 그런데 여러 구절이 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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