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특별전은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 6명의 감각적 시선을 통해 도시의 현실을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특히 유기체적인 도시의 성장과 소멸의 과정에서 보이는 도시의 모습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적 상황을 잘 드러낸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도시들은 실제의 도시가 아니라 환상 속의 도시다. 저자 칼비노는 55개의 가상의 도시가 가진 기억과 욕망, 기호와 이름, 지속되는 또는 숨겨진 도시 등 11개의 카데고리로 나누어 도시의 공간과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돌로레스 마라의 '지하철(metro), 파리, 뉴욕 시리즈'는 산책자((flaneur)로서 도시를 거닐며 채집한 이미지들을 선보인다.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걸으면서 촬영된 이 사진들은 흔들리거나 초점이 나가기도 했다. 때로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촬영된 사진들은 역설적이게도 도시인의 고독함을 따뜻한 색감으로 재현하고 있다.
프랑스 아를 국립사진학교를 졸업한 후 악트 쉬드(Actes Sud) 출판사에서 사진서적 제작 책임자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제랄딘 레는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핀란드, 덴마크, 스코틀랜드 등 북유럽의 국가들을 계속 여행하며 'North End, Les Faille oridinaire'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작업은 전통적인 Street photography와는 달리 영화나 연극처럼 장면을 연출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게 특징. 사진 속의 사물과 풍경,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극중 주인공이 되는데 작가는 거리에서 마주치는 것들에 자신의 상상력을 투사시켜 연출한다.
우크라이나의 사진작가 콘스탄틴 체르니츠키는 폴란드 크라코우의 자겔로니안 대학에서 오디오 비쥬얼을 전공한 후 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에 관한 다큐멘터리로 사진작업을 시작했다. 2011년부터 우크라이나 최초의 다큐멘터리 사진집단인 'Pole Zoru(Field of View)'를 창립한 그는 이번 'Ukraine Cold Gold' 연작을 통해 우크라이나 현대사 중에서 부의 편중으로 인해 피폐해진 국민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제철소 주변의 심각한 오염이 사람들의 수명을 10년 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경제적 이유로 인해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다.
'미래의 기억(Souvenird’un Future)'은 프랑스의 사진작가 로랑 크로낭탈이 2010년부터 약 4년 간 진행한 연작이다. 최근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사진페스티벌에서 활발히 소개되고 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로랑 크로낭탈은 1950-80년대의 주택난 해결을 위해 파리지역 대규모 주택 프로젝트(Les Grands Ensembles) 시대에 건설됐던 미래주의 건물들을 보여준다. 프로젝트의 초기부터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는 입주자들의 초상과 풍경을 병치시킨 작업과 색 바랜 듯한 이미지는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재현하고 있다.
파트릭 투른느뵈프는 사람을 이야기하고자 공간을 찍는 작가다. 그의 사진 속에는 의도적으로 사람의 모습이 최대한 배제되어 있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남긴 흔적들이 더욱 강한 존재감으로 강조된다. 90년대 도시의 공공장소에 관심을 가지며 시작된 작업은 2000년대 들어서 베를린 장벽, D-day, 세계대전 희생자 추모비 등과 같은 역사적 흔적으로 이동한다.
그는 이번 '보이지 않는 도시'전에선 '어느곳도 아닌(Nulle Part)'과 '다음도시(Next City)' 두 시리즈를 선보인다. '어느곳도 아닌'은 성수기가 끝난 휴양도시의 황량한 풍경을 담았으며, '다음도시'는 2007-2008년 인도와 중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의 풍경을 담고 있다. 규격화, 획일화된 이러한 주거 공간이 앞으로도 문화적 정체성의 지표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질문하는 작업이다.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고 있는 페루의 사진작가 리카르도 유이는 '중간 공간(the intermediate space)'이라는 개념을 자주 강조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La Costa Verde' 연작은 팽창하는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개발과정에서 일어나는 해안선의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파도/육지, 개발/재개발 사이에 모순된 긴장 관계를 기록/서정적 시선의 모호한 방식으로 나타내고 있다. 또한 해안선의 확장을 위해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잔해를 바다 속으로 채워 넣는 과정을 바라보며 현대화 과정에서 발견되는 모순성을 지적한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