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교수들이 총장 직무정지 반대 서명에 돌입했고, 국회 차원에서도 과기부의 직무정지 요청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부당 송금 의혹을 받은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도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장무 KAIST 이사회 이사장에게 신 총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연구소 공식 입장을 밝힌 이메일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무리한 표적 감사 논란까지도 나오고 있다.
서명에 참여한 과학기술인들은 성명서를 통해 "과기정통부가 제대로 된 조사와 본인의 소명 없이 서둘러 밀어붙이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평생 연구와 관련해 잡음이 없었던 신 총장을 배임과 횡령이 있을 것으로 유죄 추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이어 과학기술인들은 이어 "불분명한 의혹과 성급한 판단으로 국제적 지명도와 국가적 기여도가 큰 과학계 리더에 KAIST 개교 이래 최초의 직무정지 총장이라는 굴레를 씌운다면 앞으로 과학계에 헌신할 연구자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우리는 과기정통부의 국제공동연구에 대한 무지, 그로 인한 오판과 경솔한 업무처리로 존경받는 과학기술계 대선배와 동료 및 후배 연구자들이 여지없이 매도되는 현실을 개탄한다"고 비난했다.
과학기술인 출신인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과기정통부가 신 총장의 직무정치 요청을 철회해야 한다"며 "590명이 넘는 교수의 항의 성명에 이어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까지 과기정통부의 부적절한 감사과정을 지적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신 의원은 "과학기술인의 비판은 현 정부에서 자행되는 찍어내기 식의 부당하고 무리한 표적 감사에 대한 불만에서 나온다"며 "신 총장에 대한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 횡령이나 편법 채용이라는 말을 쓰면서 그 혐의를 언론에 공표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LBNL의 법무팀장인 제프리 블레어 변호사가 11일 오후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장무 KAIST 이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DGIST와 LBNL간 공동연구 과제는 문제가 없었다”며 “공동연구비는 LBNL 계정으로 편입돼 기준에 따라 적합하게 진행됐다”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신 총장이 결제해 보낸 연구비 중 일부가 제자인 임 모 박사의 인건비로 쓰였다는 과기정통부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임 박사는 정상적인 채용절차를 거쳐서 고용됐다”며 “인건비는 경력·업무에 적합하게 책정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과기정통부가 지난달 말 신 총장에 대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임 당시 국가연구비 횡령 및 제자 편법 채용 등의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하고, 이례적으로 총장 직무정지까지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이와관련, 신성철 KAIST 총장은 지난 4일 대전 본원에서 기자 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국가 연구비 횡령과 제자 편법 채용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양심에 부끄럽고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며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투명하고 진실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KAIST 이사회(이사장 이장무)는 과기정통부의 요청에 따라 오는 14일 관련 사안을 논의한 후 결론을 낼 예정이다. 이사회는 10명으로 구성되지만 당연직 이사인 신성철 총장을 제외한 9명의 이사가 이 안건을 처리하게 된다. 과반수인 5명 이사의 찬반여부에 따라 신총장 직무정지여부가 결정된다. 여기에는 관선 당연직 이사인 구혁재 과기정통부 미래인재국장, 양충모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 김규태 교육부 고등정책관, 그리고 최근 선임된 친 정부 성향으로 알려진 김선화 감사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 신성철 KAIST총장은 박근혜 정부시절인 지난해 2월 임명됐다.
이재구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