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미국 애플에게 있어서 올해 중국 사업은 '고난의 연속'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주력 제품 'Phone(아이폰)'의 판매 금지 조치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과제는 '제5세대(5G) 네트워크 대응 기종의 늦은 도입'과 '단말기 고가 정책의 폐단' 등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초 애플은 한국 삼성전자를 비롯해 화웨이 테크놀로지 등 현지 업체들보다 늦은 2020년경 5G 네트워크 대응 기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5G에 대한 조기 진출로 시운전에서 나타나는 각종 문제점들을 아예 회피하면서 향후 더 나은 기종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초기 대응에 늦어져 빼앗긴 고객 점유율은 향후 회복하기가 더 힘들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애플은 그동안 새로운 네트워크에 대응해 경쟁 업체가 재빨리 발매하는 스마트폰에 대해 "서비스 범위 등을 둘러싸고 문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소비자는 신제품에 그다지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상정해 왔다. 지금까지 이러한 애플의 관망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작되는 5G 네트워크의 경우 통신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기 때문에 애플의 이 같은 관망 전략이 리스크가 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경영실적 발표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에게, 미중 통상 마찰로 중국 경제가 예상 이상으로 감속한 것이 중국에서의 실적 부진의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실질적인 대답은 '애플 제품의 높은 가격'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과거 중국 로컬 스마트폰 업체들의 기술력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던 시절에는 프리미엄급 고가 정책을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윤으로 수익을 극대화했던 전략이 올바른 전략이었다. 하지만 최근 애플은 더이상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해 로컬 업체들과 견주어 그리 탁월하게 보이지 않게 됐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고수하는 것으로 애플 디바이스의 가치와 신뢰는 더욱 위축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수석 애널리스트 닐 샤(Neil Shah)는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7%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애플에게 있어서 어려운 국면"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의 2015년 중국 시장 점유율은 15% 전후였지만, 지난해 3분기 점유율은 약 9%에 불과했다. 이 성적은 화웨이와 오포(OPPO) 등 경쟁 업체에 빼앗긴 결과로, 중국인들의 정서에 애플의 혁신이 점점 둔화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5G 대응을 계획대로 늦추고, 구시대의 폐습인 고가 전략을 고집한다면 애플은 올해도 중국 시장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