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기에서 불과 약 10km 떨어진 서니베일(Sunnyvale)의 해머우드 애비뉴(Hammerwood Avenue)에 애플의 계약직원이 일하는 무미건조한 사옥은 본사 사옥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특히 사원을 소중히 여긴다는 애플의 기업 문화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애플의 기업 문화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빛과 그림자'인 셈이다.
대부분이 1년에서 1년 3개월간 계약직 고용으로, 계약 만기 전에 그만두는 직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계약직원들은 애플 맵 사업의 계약직원을 고용하는 에이펙스시스템즈(Apex Systems)와 비밀유지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이러한 정황을 외부에 발설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고용 시스템에 의해 애플이 에이팩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계약직이라 할지라도 엄연한 애플 간판아래 일하는 직원이며, 에이펙스를 거쳐 봉급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의 출처는 애플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용 시스템을 이용하는 애플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발언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실제 에이펙스는 계약직원 입사 시 회사의 제안을 받아 언젠가는 애플의 정사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만일 애플과 아무런 동의 없이 이러한 채용 관련 발언을 약속한다면, 이는 엄연한 '기만 채용'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애플이 조금이라도 이러한 뉘앙스를 준 것이 사실이라면 그에 대한 책임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 사후에 애플의 기업 문화 자체가 너무 물러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