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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잔다르크의 구국 열정을 불러온 펜싱 검무…정은주 안무의 '자유의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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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잔다르크의 구국 열정을 불러온 펜싱 검무…정은주 안무의 '자유의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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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안무의 '자유의 아이리스'
헤케이브 소은 컴퍼니 주최, 클라우드포세이돈 주관, 정은주 안무의 '자유의 아이리스' 공연이 지난 11월 9일 광화문아트홀에서 있었다. 광화문에서도 후미진 그곳에서의 '자유의 아이리스'는 춤이라는 장르와 춤꾼 정은주, 잔다르크와 작가 장지연, 그 연결고리를 찾게 하는 일종의 과제 같은 공연이었다. 정은주는 현란한 검투사 잔다르크였다.

'자유의 아이리스'는 '시일야방성대곡'(1907년)을 남긴 구한말 우국지사 장지연의 신소설이다. 프랑스 구국 영웅 잔다르크의 전기를 바탕으로 쓴 '애국부인전'을 각색한 것이다. 소재가 잔다르크이기 때문에 펜싱 검무는 전기적 분위기를 살렸다. 춤꾼 정은주의 큰 키와 어울리는 콘셉트이다. 화려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움직임을 통해 주인공의 기상과 의지가 강렬하게 각인된다.
뜨거운 열정과 강인한 의지의 여인, 잔다르크를 기리는 작품은 그녀를 '자유의 아이리스'라 칭하게 한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광야에서 꿋꿋이 피어난 한 송이 아이리스처럼 패망의 위기에서 조국 프랑스를 구해낸 위대한 여인, 잔다르크 이야기를 현대무용의 몸짓과 펜싱의 콜라보, 시대의 흐름을 전달해주는 연극 대사로 풀어가는 영웅서사시는 관심을 끌었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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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안무의 '자유의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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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안무의 '자유의 아이리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공연은 후원의 당위성이 부여된 독창적 소재의 공연이었다. 정은주는 옛것에서 얻어온 자료들을 현대적 춤과 연결하는 데 있어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안무가이다. 정은주 현대무용단은 다양한 예술문화 장르와의 결합을 통한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정은주 현대무용단은 진솔한 창의력을 보여 주었다.

여성 무용수들로만 구성된 작품은 총 4개의 장(場)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장(場) 1; 국가를 걱정하는 잔다르크, 계시를 받는 장면, 배우의 대사로 내용 전달, 대사를 몸짓으로 표현함 장(場) 2; 함께 싸울 동지들을 찾으러 다니다 네 명의 여전사들을 만남 장(場) 3; 함께 훈련하고 적군을 향해 싸움 장(場) 4; 시련을 겪으며 전장에서 승리, 승리의 피날레 장면이 그것이다.

장(場)1에서 잔다르크와 천신(天神)의 대사가 비장한 결기를 보이며 장(場)4와 수미쌍관이다.

잔다르크: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자세로) 원컨대 신력을 빌어 나라의 환란을 구원하고 적국의 원수를 갚게 하옵소서. 천신: 법국에 장차 큰 난이 있을 것이니, 니가 너의 몫을 하게 될 것이니라 잔다르크: 소녀는 본래 촌가 여자라 어찌하여야 군사를 얻어 전장에 나아가게 되오며 또한 법국의 난이 어느 날 평정할지,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본래 여자란, 자신의 뜻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세상을 받들며 살아가는 것이 미덕인 이 세상 속에서 제가 어찌 나설 수 있겠사옵니까? 천신: 너는 근심치 말라. 자연히 알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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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안무의 '자유의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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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안무의 '자유의 아이리스'

음악은 극적 효과와 스토리가 담겨있는 OST들을 선곡하여 편곡과 함께 중간중간 짤막한 작곡을 통해 한편의 웅장한 서사시의 느낌으로 표현되도록 작곡가 양용준이 담당했다. 사극의 느낌 속에 현장감을 살린 사운드에 맞추어 영상은 칼아츠 출신 이진열이 맡아, 작품 시작 전 공연에 대한 이미지를 영상화한 잔다르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실감(史實感)을 더한다.

허 환이 맡은 조명은 담백하면서도 굳건한 이미지를 위한 백색 조명, 강렬함을 나타낼 때는 적색, 분위기 전환에서는 보라색 등 전장(戰場) 씬의 각기 다른 에너지를 위해 다양한 색채가 운용되고, 솔로 검무 신에서는 여러 개의 탑 조명들이 교차하며 움직이면서 다른 칼과의 전쟁 씬의 이미지를 만드는 등 빛 연출이 이루어진다. 춤연기는 사운드와 조명의 도움을 받는다.

정은주는 국가대표 펜싱팀의 훈련을 위한 '무브먼트 펜싱'의 안무로 펜싱과의 인연이 시작되어, 2017년 펜싱국가대표선수 구본길과 함께한 현대무용작품 '나비검무'에서 펜싱과 현대무용의 결합이라는 기발한 시도를 했다. '자유의 아이리스'는 펜싱과 현대무용의 콜라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잔다르크 영웅서사시의 웅장함과 예술적 승화를 통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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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안무의 '자유의 아이리스'

인간의 내면과 외면, 안무에 사용되는 다양한 소품을 역사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현대무용과의 융합예술을 추구하고 있으며 현대무용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대중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움직임과 함께 표현될 수 있는 연극이나 내레이션 등의 요소들을 접목하고 있다. 정은주의 'Human Texture'와 '바디 멜로디'는 그녀를 '주목할 예술가'로 만든 바 있다.

정은주는 교육과 현장에서 두루 활동하고 있다. 이화여대 무용학사,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무용 M.F.A, 단국대 무용학 박사, 정은주 현대무용단, 헤케이브 소은 컴퍼니 대표, 소리연구회 소리 숲 연출, 무용역사기록학회 상임이사, 홍익대·서울예대·동국대에 출강하고 있으며, 한양대·단국대·한세대·전북대·서원대·CalArts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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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안무의 '자유의 아이리스'

무용단 헤케이브 소은 컴퍼니는 2013년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 안무가이자 현대무용가 정은주에 의해 창단되었다. 이번 작품에는 현대무용에 박선화, 안지영, 엄규정, 최영빈, 정은주 연기에 양유빈이 출연했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스포츠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 장르와 예술과의 완성도 높은 결합을 완성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예술세계를 소개하고, 예술의 외연을 확대할 것이다.

현대무용가 정은주는 독무로 <Human Texture>(2018), <Code 1027>(2018), <붉은 가면의 진실>(2017), 테드숀 리본 안무의 현대적 발취 <붉은 나비의 꿈>(2015), PAMS LINK 선정작 <바람의 합주>(2016), <Mind Mirror>(2016), <Be There>(2016), <나비검무>(2017), <해령진무>(2016)외 다수 자신의 창작 안무작에 장소에 구애없이 깊은 인상을 남기며 출연해 왔다.

정은주는 현대무용과 타 장르와의 콜라보를 통해 자신의 무용단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찾은 것 같다. 무용과의 긴 싸움 끝에 화두를 깬 것이다. 버전을 달리하고 횟수를 거듭하면 세련된 창작품 탄생의 가능성을 터득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바른 정신을 가진 새로운 안무가의 탄생을 돕는다는 것은 훌륭한 사업이며 그 뜻에서 탄생한 '자유의 아이리스'는 값진 작품이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