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LG유플러스에 인수돼 이름을 바꾼 LG헬로비전(舊 CJ헬로)이 올해 어떤 ‘비전’을 보여주며 미디어업계에서 재도약 할 수 있을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CJ에서 LG로⋯통신·방송 융합으로 기업 재도약 꿈꾼다
지난해 12월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기업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LG유플러스는 8000억 원에 CJ헬로의 지분 50%에 1주를 더얹어 기업을 인수했으며, 회사 이름을 LG헬로비전으로 개명, 새출발을 알렸다.
LG헬로비전의 기업미래를 보려면 인수 이전의 CJ헬로비전을 살펴봐야 한다. CJ헬로비전은 MSO사업자 중 독보적인 1위 기업으로, 이전부터 이통사들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지난 2016년에는 SK텔레콤과 인수합병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정부는 이통업계 1위 기업인 SK텔레콤과 알뜰폰업계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었던 CJ헬로(현 LG헬로비전) 간 합병이 유료방송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합병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료방송업계가 점점 IPTV 사업 중심으로 흘러가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 등 미디어 업계가 급변하자 기업 합병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유연해졌다. 이 같은 변화의 첫 신호탄이 지난해 LG유플러스와 CJ헬로간 기업결합이었다.
지난해 12월 두 기업 간 결합을 조건부 승인한 정부는 이번 인수에 대해 “인터넷 기반 미디어(OTT 등) 부상과 같은 글로벌 통신·방송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한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과 자발적인 시장 재편을 위한 노력”이라고 언급했다. CJ에서 LG로 배를 갈아탄 LG헬로비전은 그간 쌓아온 기업 역량을 굳게 다져 올해 제 2의 도약을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 지난해 실적 내리막길⋯올해 턴어라운드 ‘기대’
CJ헬로 시절 이 기업의 실적은 지난해부터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018년 이 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4.6% 늘어난 1조 1714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6% 감소한 6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지난해 1~3분기 점점 더 심해졌다. 지난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2744억 원을, 영업이익은 1.9% 줄어든 131억 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9% 줄어든 2725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8.9% 폭감한 43억 원으로 집계되는 등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1회성 비용 지출이 컸지만, 연이은 실적 하락세는 유료방송 시장이 IPTV 서비스 중심으로 기운 데 따른 가입자 감소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락세 지속 등이 원인이었다. 케이블TV 가입자는 지난 2018년 1분기 하나방송 인수 효과로 7만 3000명 가량 늘어난 이후엔 줄곧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입자는 419만 명 정도로, 전 분기 대비 1만 8000명 이상 감소했다.
◆새로운 시작, 증권가선 긍정적
LG헬로비전은 통신기업 LG유플러스와의 협력 강화로 진행된 실적 부진을 탈피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LG헬로비전은 송구영 신임대표를 새 수장에 앉히며 새로운 도약의 의지를 밝혔다. LG유플러스에서 홈·미디어부문장을 역임했던 송 대표는 IPTV 등 미디어 사업를 이끌었던 풍부한 경험을 지녔고, 지난해에는 두 기업간 결합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송 대표는 연초 LG헬로비전 대표로서의 첫 신년사를 발표하며 ‘기업 재도약’을 선언했다. 그는 “헬로비전의 일등 DNA와 일등 LG의 만남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고객에게 사랑받는 회사로 제2의 도약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와의 결합에서 나올 시너지 창출은 주력 사업인 유료방송을 포함해 인터넷, MVNO(알뜰폰), 렌탈사업 등 전방위에서 기대해 볼 만 하다. 일단 케이블TV, 인터넷 상품과 LG유플러스 모바일 상품 간 결합해 이용자 확보와 마케팅 측면에서 큰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또 무엇보다 LG유플러스의 강력한 네트워크 망을 활용할 경우, 초고속 인터넷 등 유선 상품에 대한 비용 절감 역시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알뜰폰 부분 역시 기존 서비스 중인 KT, SK텔레콤 서비스 외에 LG유플러스망까지 서비스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22일 LG헬로비전은 LG유플러스망을 임대해 총 49종의 요금제를 선보였다. 또 조만간 5G 요금제도 선보일 예정으로,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주도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미디어업계의 가장 큰 흐름인 ‘OTT’ 시장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이 기업은 OTT 셋톱박스 상품인 ‘뷰잉’의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는데, LG유플러스와의 새로운 미디어사업을 위한 전초전 단계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LG헬로비전 측은 “OTT 박스 시장 성장세가 더뎌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으며, 향후 어떤 식으로 OTT 서비스를 전개할지는 아직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두 기업이 모바일 OTT 콘텐츠를 새로 선보일 가능성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모기업인 LG유플러스는 다른 두 이통사와 달리 모바일 OTT에는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않은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에 인수 직후 실탄 투입을 예고하기도 했다. 향후 5년 간 5G, 미디어 관련 사업 성장을 위해 2조 6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 지난 2016년 시작해 2년새 두 배 가까이 매출이 뛴 가전을 포함한 실생활용품 렌털사업 역시 LG와의 결합으로 더욱 유리해질 수 있다.
LG헬로비전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에프앤가이드의 올해 LG헬로비전의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예상 평균치)에 따르면, 올해 LG헬로비전의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와 유사한 1조1100억 원, 영업이익은 530억 원으로 작년대비 31.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LG유플러스 유통망을 활용한 프로모션, 망 이용대가 및 콘텐츠 구매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다만, M&A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기 영업력 저하 등은 우려 사항”이라고 전망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