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KT 주주총회에서는 구현모 KT 사장의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정식 승인한다. CEO 취임을 2주가량 앞둔 구 사장 앞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요원해진 케이뱅크 정상화를 비롯해 주력 사업인 통신과 유료방송·미디어 사업에서도 성장을 이끌 획기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1일 KT에 따르면, 올해 주총은 이달 30일께 열릴 가능성이 높다. 주총에서 최종 승인을 받으면, 구 사장은 KT CEO로 정식 선임된다. 지난해 KT는 역대 CEO들의 약점과도 같던 ‘외풍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CEO 선임 절차를 대폭 개선했다. 절차를 더욱 세분화하고, 후보자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높였다. 이 같은 과정 끝에 선출된 구 사장은 33년을 KT에 몸담았던 ‘정통 KT맨’에 1964년생(57세) '사장' 직위의 젊은 CEO라는 특징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CEO 선임 첫해부터 그가 짊어질 과제는 꽤 무겁다. 일단 지난 5일 국회 본회의까지 넘어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 특례법)'이 부결되면서 KT의 비통신 사업 확장에 차질이 생겼다. 현재 케이뱅크는 자금 부족으로 대부분의 여신 기능을 중단, 사실상 휴업 상태다. 당초 KT는 지난해 대주주로 올라선 후 6000억 원 규모의 유상 증자로 케이뱅크의 자금난을 해소하려 했다. 그러나 이를 가능하게 해줄 특례법이 부결된 것이다. 케이뱅크는 KT의 ICT와 금융의 결합으로 KT 핵심 사업으로서의 성장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이번 부결로 케이뱅크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한편, KT 주력사업인 통신은 눈에 띄는 성과가 부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4월 5G 상용화 직후, KT는 다른 이통사보다 가장 먼저 가입자 10만 명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SK텔레콤의 추월과 LG유플러스의 추격의 사이에 낀 애매한 2위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다. 지난 1월 KT의 가입자 점유율은 30.4%로, 1위 SK텔레콤(44.7%)과 14.3%나 벌어졌고, 25% 점유율로 3위인 LG유플러스와는 5%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유료방송·미디어 부문 역시 위기감이 감돈다. 특히 올해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케이블TV 사업자와의 M&A로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입지를 대폭 확장했다. KT는 유료방송 점유율 31.3%로 1위를 고수하고 있긴 하지만,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아직 발이 묶여 M&A가 불가능하다. 라이벌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릴만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Seezn)’엔 타사 OTT와 차별화된 서비스나 콘텐츠 마련이 필요하다. 이 외 지난해 ‘AI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던 만큼, AI를 필두로 5G 등과 융합한 기업 대상(B2B) 사업 성과 여부에도 많은 이목이 쏠려 있다.
구 사장은 지난 1월부터 서서히 대표로서의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신임 CEO 내정자로 선출된 이후, 연초에 2인 사장 체제 구축, B2C·B2B 사업별 조직 편성 등 새로운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현대중공업, KAIST 등 산·학·연 파트너들과 함께 ‘AI 원팀’ 구성에 대표로서 자리했다.
증권가에서도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월 2일 기준 종가 3만400원이었던 KT 주가는 계속 하락해 지난 3월 6일 2만3950원까지 내려왔다. CEO 교체 이후 성장 모멘텀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CEO 내정자는 사업, 유통, 전략 등 KT의 주요 핵심업무를 경험했으며 외부 인사가 아닌 만큼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안정적 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신임 CEO가 확정되면 KT의 성장전략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후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