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함께 ‘라이브 커머스’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소비 채널로 급부상했다. 라이브 커머스는 홈쇼핑을 넘어 대형마트‧이커머스‧편의점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집에서도 실시간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구경하고 판매자와 소통하며 상품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 시작에는 ‘그립컴퍼니’가 있었다. 이 회사는 2019년 2월 모바일 라이브 쇼핑 앱 ‘그립’을 출시하며 국내에서 가장 먼저 라이브 커머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상상을 현실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최초’라는 중압감에 시작을 망설였다고 한다. “라이브 방송은 영상 제작방식도 통일하기 어렵고 기술도 천차만별이에요. 무엇보다 황무지 같은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서 플랫폼, 자본, 팬층 모두 없는 저희가 잘 될 수 있을지 고민이었어요. 특히 방송해줄 판매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아 초창기 참여자 49팀을 모으는 데만 6개월이 걸렸죠."
그녀는 사업 성공 요인을 ‘소통’으로 꼽았다. “그립은 돈보다 중요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고객은 판매자와 소통하면서 쿠폰‧사은품 등 혜택을 덤으로 받기도 하고 상품 사용 ‘꿀팁’, 다른 이용자들의 상품 구매 후기, 판매자의 철학 등 많은 것을 보고 듣죠.”
그립만의 차별점에 대해 김 대표는 “특별한 기술과 마케팅 여력이 없어도 방송을 할 수 있다. 스태프도 스튜디오 세팅도 필요 없어 인건비와 인프라 비용이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소규모 업체나 개인 사업자들이 입점해 매출 성장을 이뤄냈을 때 사업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이다. 그립컴퍼니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쇼핑으로 소통하는 ‘보더리스(Borderless) 플랫폼’ 구축을 위해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그립은 올해 ‘그립 3.0’으로 한 단계 도약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브랜드와 협업하는 ‘그립미니’ 사업도 계속 진행한다.
“라이브 커머스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날로그 감성을 모바일이라는 디지털 매체와 잘 접목한다면 라이브 커머스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다채로운 쇼핑 문화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요?” 꿈은 꾸는 만큼 자란다고 했던가. 김 대표가 그리는 세계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