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올해 코로나19로 최악의 상황을 맞은 면세점업계는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주요 면세점 3사 가운데 신세계면세점의 공항 임대료 부담(360억 원대)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부는 재고 면세품 국내 판매와 임대료 50% 감면 등 방법으로 면세업계 수혈에 나섰다. 매달 전월 대비 매출이 소폭 증가해 실적 회복 기대감을 키우던 면세점업계 분위기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또 한 번 가라앉았다.
지난 10월 국내 면세 매출은 1조 389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2조 1873억 원) 대비 36.5% 감소, 올해 9월(1조 4841억 원)과 비교해 6.4% 하락한 수치다.
이달 말에 ‘제3자 국외 반송’ 기한이 만료된다는 점도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제3자 국외 반송은 국내 면세점이 해외 사업자에게 세관 신고를 마친 면세품을 보낼 수 있는 제도로, 중국의 기업형 따이궁들이 입국 없이도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였다.
또 지난 1일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발 비행기의 입국 규제를 강화하는 등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향후 면세 매출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면세점 판로 유지를 위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롯데면세점은 수익성이 부진한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 회사는 앞서 상반기에 대만법인을 정리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사업 청산에 돌입했다. 15일 기준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점포는 영업 종료된 상태이다. 남아 있는 롯데면세점의 해외 사업장은 미국령 괌(1개), 호주(4개), 싱가포르(1개), 일본(2개), 베트남(3개), 뉴질랜드(1개) 등 6개국 총 11개곳이다.
신라면세점 서울 본점은 6월 중순부터 희망자를 대상으로 유급 휴직을 시행했다. 휴직자는 월급의 70%를 받는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김포, 김해, 제주시내점 등 휴점 점포 외에 서울 본점의 유급 휴직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면세점도 5월부터 희망자를 대상으로 유급 휴직을 시행하고 서울 명동점과 강남점, 부산점 등 점포 휴점을 단행했다. 12월 중순 현재 신세계면세점의 명동점은 일부 브랜드 점포를 제외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강남점‧부산점은 주 2회 휴점하고 있다.
경영난에 인사 칼바람도 불었다.
신세계면세점은 위기 극복을 위한 고육책으로 유신열 대표를 선임하고 본부장 등 임원급 3명을 물갈이했다. 올해 인천국제공항에 처음 입점한 현대백화점면세점도 대표를 바꿨다. 이재실 대표가 새로 선임됐다. 코로나19 회복 시점 예측이 불가능하고 인천공항 면세점을 비롯해 시내면세점까지 적자가 누적돼 인원 감축은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항 임대료 감면에 이어 특허수수료 절감으로 실적 반등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는 면세점 특허수수료 감경에 대한 관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내년까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납부 방식이 고정 임대료 형태에서 매출과 연동된 품목별 영업요율로 변경됐다. 이에 면세점들은 한 달에 450억 원 상당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의 임대료 감면 정책에 고정비 부담을 덜어낸 면세업계는 명품 재고 판매와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을 활용해 내국인 공략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카카오페이와 단독 제휴를 맺고 롯데인터넷면세점과 시내면세점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는 이에게 각각 최대 110달러‧최대 15만 원의 혜택을 준다. 신라면세점은 내년 1월 6일까지 서울점에서 총 50여 개 브랜드가 최대 80% 할인 혜택을 선사하는 ‘레드세일’을 전개한다.
신세계면세점은 내년 1월 2일까지 제주항공 무착륙 국제선 비행 탑승 고객 전원에게 온‧오프라인 최대 20% 할인 혜택을 제공(멤버십 혜택 포함 최대 40%)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무착륙 국제관광 비행 이용자를 대상으로 ‘매직 쇼핑 라이드’ 행사를 준비했다. 무역센터점‧동대문점‧인천공항점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은 최초 판매가 대비 최대 70%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착륙 관광비행은 화장품·담배·주류·향수 등 기존 쌓여있던 재고를 소진할 수 있어 매출에 어느 정도 보탬은 되지만, 면세업계 매출에 반등을 일으킬 만큼은 아니다. 비행 편수가 많지 않고 인당 면세 한도도 600달러로 제한되기 때문에 내국인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