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는 2020년 모든 일상에 변화를 가져온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와 가장 밀접한 업계 특성상 상반기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못했고 해외 시장 확대도 난관에 부딪혔다. 일부 기업들은 이런 환경 변화로 매출이 하락했다.
일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상장 폐지의 문턱에서 구사일생 했다. 지난해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태를 일으킨 코오롱티슈진은 다행히 상장 폐지를 피했고 신라젠 역시 추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헬릭스미스의 경우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런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지난 1분기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자 국내 다수 제약바이오기업이 진단키트를 연이어 선보이는 등 세계적인 방역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씨젠과 피씨엘, 수젠텍 등은 현재까지 해외 시장 '흥행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여기에 제약바이오업계는 올해 글로벌 무대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선보였다. 유한양행이 얀센에 기술이전한 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의 개발 진척으로 1000억 원 상당의 수익을 확보했다. 9개 제약바이오기업은 총 14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지난해 8조 5022억 원보다 19% 증가한 10조 1488억 원의 수익을 얻게 됐다.
의약품 수출도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미 지난 8월 지난해 수출액(36억 9600만 달러)을 뛰어넘었으며 올 11월까지 누적 의약품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인 58억 9100만 달러였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기술수출한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에 이어 주력 제품인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미국 직접 판매에 나서며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켰다.
역량을 높인 기업들의 올해 성적표도 역대급이다. 유한양행, GC녹십자, 셀트리온 등이 이미 '1조 원 클럽'에 가입한 가운데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광동제약 △삼성바이오로직스 △씨젠 등 총 9개 기업이 1조 원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씨젠은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실적이 늘었으며 셀트리온은 창립 이후 첫 1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상반기에는 주춤했지만 하반기 들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업공개도 줄을 이었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 SK바이오팜이 새로운 IPO 역사를 만든 후 위더스제약, 소마젠, SCM생명과학, 지놈앤컴퍼니 등이 상장을 추진했다.
내년에도 제약바이오업계는 코로나19에 정면으로 맞설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딪고 일어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기 위해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진단키트를 넘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분기 셀트리온의 항체 치료제, GC녹십자의 혈장 치료제 상용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등이 백신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웅제약, 종근당 등도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치료제 개발에 전념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움직임도 계속된다. 그동안 신약개발과 생산시설 확충 등을 위한 R&D를 꾸준히 진행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내년도에 이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스핀오프' 등 신약개발 전략도 다양화 되고 있으며 수출은 물론 해외 거점 확보를 위한 행보도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분야가 고성장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위탁생산 등이 확대되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역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제약바이오업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글로벌 무대에서 다양한 성과를 만들며 선전했다. 내년에도 이런 흐름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