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자동차 반도체 수요 급증에 생산량을 대거 늘리는 등 ‘자동차 특수’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폭스바겐, 다임러 크라이슬러, GM, 르노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이 최근 반도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자동차 생산량을 줄이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고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최근 자동차에 반도체 첨단기능을 접목한 ‘스마트 카’를 생산 중인 자동차업체들은 공급 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확보와 관련해 자동차업체들이 미국 정보기술업체 애플이나 HP보다 후순위에 놓여있다”며 “반도체 업체들이 당장 큰 수익을 가져다 주는 납품처를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은 반도체 ‘보틀넥(Bottle neck:병목현상)’으로 올해 1분기 유럽, 미국 등 북미, 그리고 중국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 숫자가 당초 계획보다 10만 대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마치 차량이 병목처럼 갑자기 좁아진 곳에서 교통 정체현상을 보이듯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모바일 등 테크기업 우선순위 정책에 자동차 업체들이 반도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닛산-혼다 등 日자동차업체, 반도체 부품 확보 어려워 감산 체제 돌입
일본 자동차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2위 자동차 업체 닛산과 3위 업체 혼다는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차량 생산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9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닛산은 최근 베스트 셀링 카로 등장한 컴팩트 차량 ‘노트(Note)’ 생산량을 1월에 줄이고 혼다는 몇 개 모델 생산량을 향후 수 개월간 감산할 것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독일 보쉬는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부품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독일 車부품업체 콘티넨탈AG는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공급망이 불안정하다고 진단했다. 프랑스 업체 발레오 역시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피력했다.
◇전기차 등 ‘스마트 카’ 시장 급성장 따른 영향...삼성전자-SK하이닉스, 車반도체 사업 강화
로이터는 최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동차 산업에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점도 반도체 확보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등 스마트카에 들어가는 전기차 배터리 관리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인포테인먼트 등이 등장하면서 이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콘티넨탈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이에 따른 반도체 생산공장 조업 중단, 또한 당초 예상보다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조업을 앞당겨 재개한 점도 반도체 수요 폭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반도체 물량 확보가 더 어려워지면 이르면 2월부터 일부 자동차 업체들이 주간 차량 생산량을 10~20% 줄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도체 수요 폭발 현상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생산량을 대폭 늘리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점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이며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인텔에 이어 2위로 우뚝 선 삼성전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장 등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어 자동차 반도체 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SK그룹 계열사 SK하이닉스 역시 차량용 반도체를 주요 캐시카우(주요 수익원)로 육성하는 등 차량 전장(전자장비)사업을 본격화할 태세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광풍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을 꺾지 못했다“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자동차반도체 등 향후 주력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