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텅 비일 위기에 놓였다.
앞서 이 구역은 지난해 8월 계약 기간이 만료됐으나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해 연장 영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관세법상 최대 6개월까지만 연장 가능해 이달 말에는 결국 공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천국제공항은 임시방편으로 제1터미널 운영 사업자인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측과 영업면적을 5% 넓혀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업계는 인천국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이 취임한 만큼 조속히 4차 입찰을 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사업자를 빠르게 선정해 공실 사태를 마무리해야 면세업계 역시 직원들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사 측이 면세점에 수용 가능한 임대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지난해처럼 유찰을 반복하면서 공실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면세업계가 직면한 문제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면세점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3조 8522억 원에서 계속 증가해 2016년 10조 원을, 2019년 20조 원을 넘긴 것과 대조된다.
최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매출은 15조 5051억 원으로 2019년 대비 38%(9조 3000억 원) 감소했다. 면세점 방문객은 166만 9000명으로 2019년의 22%에 그쳤다.
또 통계청과 여행업계에 따르면 면세점은 지난해 12월 서비스업종별 생산지수 154.6을 받아 2019년 12월 대비 148.1포인트 하락했다. 생산지수는 서비스업종의 생산활동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게 지수화해 성장세를 판단하는 지표인데 면세점은 서비스업종 중 코로나19의 최대 타격을 입은 셈이다.
국내 면세업계는 하늘길이 막히면서 내국인 출국이 급감한 데다, 중국 보따리상(다이궁)마저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로 자국 면세점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선두 자리를 차지하는 데도 실패했다.
지난해 중국이 하이난(海南) 지역의 내국인 면세 쇼핑 한도를 크게 늘리면서 2019년 5위였던 중국 국영면세품 그룹(CDFG)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 1위로 뛰어올랐다. 스위스 듀프리는 2위로 밀려났고 2019년 2위‧3위에 올랐던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순위는 각각 3위‧5위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롯데와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면세점들이 사상 처음으로 올해 설 명절 당일(12일) 시내면세점 문을 닫을 것으로 알려져 설 명절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희망적인 것은 내수 판매 채널 다각화 등 해법을 찾아 나서는 면세업계의 행보다. ‘럭스몰 라이브’로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롯데면세점,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브랜드관으로 입점한 신세계면세점, 총 3개의 점포를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현대백화점면세점 등의 노력이 면세업계 ‘보릿고개’ 극복을 기대케 한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