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8일 실물을 공개한 '아이오닉 5'는 자동차가 아니었다. 미국 자동차업체 테슬라가 모델 S, 모델 3, 모델 Y 등 다양한 전기차를 내놓으며 기선을 잡는 사이 현대차는 칼을 갈고 있었다.
미국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등장한 공중부양 타임머신 ‘드로리안’이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다시 등장했다는 생각도 났다.
첫인상부터 남달랐다. 지금껏 자동차에서 못 본 사각형이 차량 얼굴을 결정하는 전조등(헤드램프)에 시선이 꽂혔다. 디지털 화면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 '픽셀(Pixel)을 활용해 이름처럼 '유니크(Unique·톡득한)'했다.
현대차는 이를 '파라메트릭(parametric) 픽셀'이라고 표현했다. 픽셀 디자인은 후미등(리어램프)에도 적용됐다.
보닛을 열면 엔진 대신 작은 수납함이 나타난다. 한쪽에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냉각수·워셔액 통이 있어 편리하게 점검할 수 있다.
운전석 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후사경(뒤쪽을 보기 위해 자동차에 붙인 거울) 자리에 들어간 카메라가 보였다. 몇몇 전기차에 달린 '디지털 사이드 미러'다. 일반 후사경보다 볼 수 있는 범위가 넓어 운전자들이 적응만 하면 시야 확보에 도움이 될 듯했다.
내부는 겉보기보다 훨씬 넓었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과 비슷한 차체 길이(전장)에 대형 세단 같은 공간이 들어 있었다. 축간 거리(휠베이스)가 대형 SUV '팰리세이드(2900mm)'보다 100mm나 긴 덕분이다.
앞좌석 '릴렉션 시트'는 종아리 받침을 더하면서 90년대 최고급 열차 새마을호에서 맛본 안락함이 느껴졌다. 등받이를 끝까지 젖힌 채 드러누워 선루프 너머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힐링'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운전석부터 대시보드 중앙까지 넓게 이어지는 클러스터(계기판)와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깔끔하면서도 보기 좋았다. 12.3인치 화면 두 개를 가로로 붙여 마치 우주선 중앙 통제실에 앉은 느낌을 준다.
뒷좌석은 등받이 조절 각도가 동급 차량보다 훨씬 크고 앞뒤로도 위치가 이동했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 센터콘솔 또한 앞뒤로 조절돼 공간을 원하는 대로 맞출 수 있었다.
아이오닉 5는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쓰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탑재했다. 충전구에 220V 전원을 연결하면 헤어 드라이어는 물론 빔 프로젝터, 노트북,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등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를 쓸 수 있다.
아이오닉 5를 자동차로만 보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V2L 기능 때문이다. 아이오닉 5는 4인 가구가 사나흘은 쓸 전력을 공급한다. 아이오닉 5가 있는 어디든 거실이자 주방, 서재가 되는 셈이다. 자동차를 새롭게 정의했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아쉽게도 아이오닉 5를 몰아보지는 못했다. 아직 양산이 시작되지 않아서다. 이날 취재진에 공개된 차량도 양산차가 아닌 내부 시험용으로 제작된 '용도차'였다.
아이오닉 5 판매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개별소비세 3.5% 기준 '익스클루시브' 트림(등급)은 5200만~5250만 원, '프레스티지'는 5700만~5750만 원 범위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