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지난 3일 국영 신문 '경제관찰보'를 통해 텐센트 '왕자영요' 등 온라인 게임을 '전자 마약'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텐센트, 넷이즈 등 중국 게임사는 물론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게임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내려갔다.
게임에 대한 거듭된 규제 발표에 중국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SNS '웨이보' 곳곳에서 "근무는 16세부터 가능하지만, 게임은 18세부터 가능하다 게 말이 되냐", "이스포츠 선수 황금기인 10대 중반을 날려먹겠다는 조치"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얼어붙은 투자 심리와 민심에 비해 중국 게임업계 반응은 담담하다. 이번 규제가 도입되기 전부터 미성년자는 평일 1시간 30분, 휴일 3시간으로 게임 시간이 제한되는 셧다운제가 시행되고 있었고, 이에 따라 미성년 이용자들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CNBC는 "제프리 투자은행 측 추산에 따르면 텐센트 총 매출에서 미성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며, 넷이즈 역시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국내 게임업계 반응 역시 이달 초 국영 신문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무덤덤하다. 중국에 진출한 게임 대부분이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게임인 만큼 단기간 주가 하락 외에 큰 타격은 없으리란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문제보다 국내 시장에 닥칠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IT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중국 정부의 '길들이기'가 중국 게임계의 글로벌 진출 가속화, 다시 말해 한국 게임 시장을 향한 공세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계 해외 매출 중 한국 비중은 8.8%로 미국, 일본 뒤를 이어 3위에 올랐으며,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중국 모바일 게임이 한국 모바일 스토어 매출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이 자회사 설립, 전략 투자, M&A(인수합병) 등 여러 방식으로 한국 게임시장 곳곳에 뿌리를 내린 가운데 일부 업체는 선정적이고 과다 포장된 광고를 계속 선보이거나 한국 문화를 중국 문화로 둔갑시키는 '문화 동북공정' 의혹 등 여러 논란을 일으켜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는 결국 무조건 충성을 강요하는 '우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러한 흐름이 글로벌 진출 가속화와 맞물린다면 중국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게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일으키는 잡음이 계속되고 있으나, 관련 규제는 여전히 미비하다. 지난 3월부터 국회에서 부적절한 게임 광고, 문화 왜곡 등을 규제하는 항목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추가하는 개정안이 연달아 발의됐으나 이들 모두 소관위원회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콘진원 관계자는 중국 게임 산업과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게임 산업이 중대 기로에 놓여있다며 "기업들 스스로의 노력에 더해 공공 지원, 게임 대기업들의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투자 강화 등 다방면에서 그들의 뒤를 받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