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이전보다 더 강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임금인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8월 신규 일자리 창출이 기대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높은 인플레이션·임금상승 등 모순된 압박이 미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 전환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준은 이날 지역경제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베이지북은 오는 21~22일 열리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12개 지역 연방은행이 관할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모은 베이지북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판단과 달리 인플레이션 압력은 좀체 완화되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인플레이션, 급속하고 고착화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도 있는 임금 상승 압력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금이 오르면 기업들이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이에따라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며, 물가 상승세 속에 노동자들이 추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각 중앙은행 최악의 악몽인 연쇄 인플레이션 악순환이 현실화할 수 있다.
연준은 이날 베이지북에서 물가상승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경제 성장세는 7~8월 조사 기간 감염력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 속에 공중보건 우려가 고조되면서 "완만한 속도로 일부 하강했다"고 평가했다.
경제 성장세는 완만해진 반면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졌음을 뜻한다.
베이지북은 델타변이로 외식·여행 등 코로나19 팬데믹 최대 충격 업종이 또 다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경제활동 둔화는 주로 외식·여행 등의 둔화에 기인한다"면서 "델타변이 고조, 또 일부의 경우 외국 여행 규제에 따른 안전 우려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오른 부분적 요인은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임금 상승이었다.
베이지북은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고공행진을 지속했다"면서 12개 지역 연방은행 가운데 절반이 물가상승 압력이 '강하다'고 답한 반면 나머지 6개 연방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만한' 수준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준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베이지북은 "자원 부족이 만연한 가운데 투입비용 상승 압박은 확산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기업들은 "금속, 금속기반 제품, 화물, 운송 서비스, 건축자재 등의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베이지북은 밝혔다.
연준은 아울러 재료비 상승이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베이지북은 "높은 가격 상승 속에서도 상당수 기업들이 핵심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기업들이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재료비 상승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 이전보다 더 쉬워졌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베이지북은 이어 "일부 지역에서는 기업들이 앞으로 수개월 안에 제품 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는 답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실망스런 고용동향으로 인해 채권매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물가상승 압력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베이지북이 공개됨에 따라 연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물가를 잡자니 더딘 고용회복이 발목을 잡고, 고용회복을 기다리자니 물가 고삐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8월 고용동향으로 연준의 테이퍼링 결정이 당초 예상됐던 이달이 아닌 11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같은 전망을 다시 흔들고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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