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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무노조 원칙 무너진 스타벅스·아마존…테슬라에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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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무노조 원칙 무너진 스타벅스·아마존…테슬라에 시선집중

스타벅스 로고(왼쪽부터), 아마존 로고, 테슬라 로고.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스타벅스 로고(왼쪽부터), 아마존 로고, 테슬라 로고. 사진=각사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이 세 기업의 공통점은 요즘 노동조합 문제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미국 굴지의 대기업이란 점이다.

모두 무노조 경영원칙을 고수해온 기업들이지만 이 공통점이 최근들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로 최근에 스타벅스와 아마존에서 창업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됐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확산될지는 미지수이나 두 기업에서 무노조 원칙이 무너진 것은 사실.

그래서 더 주목 받고 있는 곳이 바로 테슬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그동안 유지했던 태도를 바꿔 노조 설립 추진을 해볼테면 해보라고 미국 주요 완성차업체 근로자들이 소속된 전미자동차노조(UAW)에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슬라의 무노조 원칙도 붕괴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커 보이지 않는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아마존, 스타벅스 무노조 원칙 깨져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와 앨러배마주 베서머에 있는 아마존 사업장에서 노조설립 찬반투표의 개표가 진행됐다.

베서머 사업장의 투표 결과는 설립 찬성 875표, 반대 993표로 사실상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416표에 대해 노조추진 세력과 회사측이 이의를 제기해 이 투표를 주관한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가 최종 판단하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베서머 물류센터에서는 이미 지난해 4월 투표가 있었지만 부결된 바 있다. 그러나 노조추진 세력이 사측의 부당한 개입을 주장하며 재투표를 요구했고 NLRB가 이를 수용해 재투표가 이뤄졌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물류센터에서 동시에 진행된 첫 투표에서는 노조설립을 지지하는 표가 더 많이 나왔다. 찬성 1518표, 반대 1154표로 설립안이 사실상 가결됐다. 아직 미개표된 부분이 있지만 찬성표가 뒤집힐 가능성은 적어 이 사업장이 아마존 최초의 노조 사업장으로 기록될 것이 확실시된다.

앞서 스타벅스에서도 미국 동부 뉴욕주 버팔로 소재 매장에서 지난해 12월 치러진 첫 노조 결성투표에서 노조 설립안이 가결된데 이어 지난달 22일 스타벅스 본사가 위치한 미국 서부 워싱텉주 시애틀의 한 매장에서 실시된 투표에서도 노조 결성안이 통과된 바 있다.

◇남은 곳은 테슬라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기가팩토리5에서 마티 월시 미국 노동부 장관(오른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악시오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기가팩토리5에서 마티 월시 미국 노동부 장관(오른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악시오스


이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곳은 아직 노조가 없는 테슬라 사업장.

머스크 CEO가 UAW에 테슬라 사업장을 상대로 노조 결성을 추진해도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난달 3일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조가 결성되면 테슬라가 보장해온 업계 최고의 처우는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무노조 원칙을 고집해온 그가 입장을 180도 선회한 것.

특히 테슬라에 노조가 없는 문제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이른바 ‘빅3’ 완성차 업체들은 챙기면서도 ‘테슬라 패싱’을 이어가고 있고 이에 머스크가 불만을 터뜨리면서 바이든 행정부와 테슬라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 머스크의 이같은 제안은 관련업계는 물론 미국 노동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가 마티 월시 미국 노동부 장관을 텍사스주 오스틴에 새로 지은 전기차 조립공장 기가팩토리5로 지난 13일 초청해 시찰시킨 사실이 확인되면서 뭔가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머스크의 이같은 제안이 노조를 실제로 허용하기 위한 취지인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게다가 머스크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 최근 벌어졌다. 테슬라 사업장에서 노조가 탄생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머스크 CEO와 조합원만 4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UAW를 이끌고 있는 레이 커리 위원장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UAW “과거 노동관계법 위반부터 인정하라”


일론 머스크 CEO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CEO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UAW를 먼저 공격 한 측은 UAW에 테슬라 사업장에 대한 노조 투표를 추진해보라고 밝힌 머스크.

그는 지난달 30일 올린 트윗에서 “테슬라는 스톡옵션 제공을 통해 백만장자 직원을 탄생시켰지만 UAW 지도부는 반대로 조합원들로부터 수백만달러를 착복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UAW 디트로이트지부에서 회계를 담당하던 간부 티머시 에드먼즈가 200만달러(약 24억원)가 넘는 노조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기소된 소식이 알려지자 이같이 트윗을 올린 것.

특히 머스크는 “UAW는 자동차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조직인지 자동차 자동차들의 피를 빨아먹는 조직인지 밝히라”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간부가 불미스러운 일로 기소된 마당에 UAW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는 공격인 셈이다.

레이 위원장은 머스크의 공격에 직접 대응하는 모습은 자제한 채 머스크 CEO의 제안을 환영한다면서 그 제안이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과거에 저지른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해 먼저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자동차업계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머스크 CEO의 제안이 진심이라면 과거에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사실부터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연방 노동당국에서 노동관계법 위반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음에도 머스크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머스크는 지난 2018년 5월 올린 트윗에서 “테슬라에서 노조설립을 막는 사람은 없다”면서 “하지만 회사가 제공하는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노조비까지 내면서 노조에 가입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고 NLRB가 개입해 판단한 결과 “머스크 CEO의 트윗은 노동 관련법에 위반되는 내용”이라며 해당 트윗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레이 위원장은 이어 “머스크의 제안이 있은 뒤 머스크 측이나 테슬라 측과 이 문제를 놓고 협의를 벌인 적이 한차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머스크의 제안에 진실성이 얼마나 있는지 의구심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