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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상 인간은 정말 '휴먼 리스크'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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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상 인간은 정말 '휴먼 리스크'가 없을까?

IT·과학부 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IT·과학부 이원용 기자
IT 업계에 '메타버스' 붐이 일어남에 따라 디지털 휴먼, 메타 휴먼 등으로 불리는 '가상 인간' 사업을 시도하는 업체들이 크게 늘었다. 넵튠·스마일게이트·넷마블·크래프톤 등 게임사들은 물론 LG전자·롯데 홈쇼핑 등도 자체 가상 인간을 선보였고, 상당수가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엔터 시장을 넘보기 시작했다.

가상 인간들이 활동 범위를 넓혀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가상한 일이나, 이들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자주 활용되는 "나이를 먹고 은퇴하거나 사건 사고에 연루돼 이미지가 실추되는 실제 인간 연예인과 달리 휴먼 리스크로부터 자유롭다"라는 문구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20대 이상 한국인들이라면 통통한 몸매에 실눈을 한 흰 토끼 캐릭터 '마시마로'를 알 것이다. 2000년 한국인이 만든 플래쉬 애니메이션으로 데뷔, 세계 50여 개 국에 진출해 한때 연 매출 2000억원을 끌어모을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마시마로는 데뷔 21년이 지난 현재는 이따금 인형으로만 만날 수 있는 추억 속의 캐릭터로 남아있다.

미디어 업체 오프비트의 크리스토퍼 트레버스 이사는 "가상 인간 사업의 원조는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라고 말했다. 보컬로이드는 일본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출시된 음원 합성 소프트웨어로, 모델 캐릭터를 활용한 홀로그램 콘서트 분야를 개척해 '가상 인간'과 일정부분 통하는 면이 있다.
'하츠네 미쿠'는 2007년 출시된 이래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이에 일본의 야마하는 SBS A&T와 협업해 한국 보컬로이드 '시유'를 2011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출시 3년 후 시유에 목소리를 제공한 모 연예인이 타 연예인을 협박한 사실이 알려져 인기에 치명타를 입었고, 몇 년 동안 공식 사업을 멈춰야했다.

가상 인간은 본질적으로 캐릭터다. 캐릭터가 오래 살아남으려면 연예인들처럼 꾸준한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딩,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지 못한 캐릭터는 상품성을 다하고 잊혀지거나 여러 논란에 휘말린 끝에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기업들이 가상 인간을 실제 인간 연예인과 구분해 자신만의 입지를 얻고자 노력하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인간을 모델로 해서 인간이 만들어낸 캐릭터란 사실을 부정해선 안된다. 필요 이상으로 인간과 선을 그으려 한다면 대중의 역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