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박 전 위원장은 당 지도부의 만류를 뿌리친 셈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권리당원 가입 6개월이 지나야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주어진다는 설득에도 당무위원회 예외조항 적용 의결을 요구하며 전대 출마를 고집했다. "후보 등록을 통해 국민 이야기를 좀더 귀 기울여 듣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가 내세운 이유다.
문제는 이후다. 박 전 위원장은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이재명 의원을 겨냥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실제 이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보다 더 심해지고, 본인이 얽혀있는 여러 수사 문제로 민생은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사실상 이 의원을 전대 경쟁자로 삼고 그의 당대표 선출 저지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이 의원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냉담한 태도에 당내 평가는 분분하다.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이 대선 과정에서 영입한 청년 인재로 불렸기 때문. 당초 정춘숙 당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의 추천으로 대선 캠프에 합류해 디지털성폭력근절특위 위원장을 지냈으나, 비대위원장 임명은 이 의원의 추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청년, 여성, 비명계를 지지 기반으로 삼아 '자기 정치', '체급 키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이어졌다.
물론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부인하고 있다. 도리어 이 의원을 저격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제시했다. 대선 과정에선 성범죄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보였으나, 정작 같은 당 소속 박완주·최강욱 의원의 성비위 사건이 발생했을 땐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자신의 발언까지 막았다고 폭로했다. 즉 이 의원이 혁신과 거리를 둔 채 팬덤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전 위원장은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 출신으로, 민주당으로부터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고 지난 1월27일 입당했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현재 당내 입지는 '계륵'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솔직히 많이 힘들다. 하루에도 수십번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생각하며 한숨을 쉰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의 포기할 줄 모르는 전대 도전이 이목을 끄는 또 다른 배경이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