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피레드'는 지난 2004년부터 버디버디·넷마블·한게임 등에서 서비스됐던 3D 아바타 기반 소셜게임이다. PC 환경에서 서비스됐던 이 게임은 지난 2016년 서비스가 종료됐으나 이번에 6년 만에 모바일 환경에 맞춰 리뉴얼돼 출시된다.
'퍼피레드' 세계에서 이용자는 아바타와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타 이용자와 채팅하는 기본 기능에 더해 아바타·애완동물 육성, 아기 돌보기, 역할 놀이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또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를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거래하고 구매자가 이를 재가공하는 등의 시스템도 탑재된다.
유명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기획 중인 점 또한 두 업체와 비슷하다. 로블록스는 올해 들어 삼성·구찌·스포티파이 등과 콜라보레이션한 공간을 선보였다. 네이버 역시 소프트뱅크·신한카드·빙그레·CJ CGV 등과 제페토를 기반으로 한 협업을 진행했다.
컬러버스의 주요 주주사 넵튠의 정욱 대표는 퍼피레드에 관해 "신발·의류 브랜드 등 파트너 사의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별도의 앱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3D 메타버스 환경에 접속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특정 제품을 아바타에 입히거나 미니 게임을 선보이는 등 프로모션 활동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최근 자사 웹툰 IP '기기괴괴'를 기반으로 한 제페토 월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카카오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퍼피레드 환경 내에서 '카카오페이지' 등에 등록된 웹툰·웹소설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하는 한편 즉석 은행업무 등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선 카카오의 '퍼피레드'를 두고 SK텔레콤이 지난해 선보인 '이프랜드'와 비슷하게 네이버 '제페토'의 후발주자에 머무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페토는 지난 2018년 8월 출시된 이래 누적 가입자 3억명, 월간활성이용자(MAU) 2000만명을 달성했다. '이프랜드'는 누적 가입자 수 870만, MAU 최대 110만명 선에 머무르고 있다.
이용자 분포의 유사성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컬러버스 측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진행한 '퍼피레드'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의 이용자 중 96%가 20대 여성이었다. 와이즈엡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페토' 이용자 중 75.8%가 여성이었으며 연령대 별 이용자 비율은 20대 28%, 10대 26.9%, 30대 18.3% 순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출시된 국내 메타버스들이 연달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은 퍼리레드가 넘어야 할 걸림돌이다. 클로버 게임즈가 지난달 초 서구권 시장에 선보인 '잇츠미(#Me)'는 출시 1달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만회를 넘어서긴 했으나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시장서 8월 기준 앱 마켓 매출·인기 100위권 밖에 머무르고 있다.
'퍼피레드'가 유행하던 지난 2000년대 초중반 소셜 네트워크 시장을 주름잡던 싸이월드는 지난달 28일 메타버스 '싸이타운'을 선보였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싸이월드 앱은 '싸이타운' 출시 직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순위 44위에 올랐을 뿐, 일일 접속자 수는 7월부터 8월까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만으론 이용자를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용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확실한 브랜드와 이들이 앱에서 떠나지 않을 원동력인 양질의 콘텐츠를 갖춰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