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적으로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에서 상당 기간 내려진 봉쇄령 때문에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최대 조립공장인 상하이 기가팩토리3가 지난 3월부터 3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바람에 생산 손실 규모만 4만여대로 분기 생산량의 14.5%가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증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 대응 태세를 낮춘 것과 매우 대비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정도 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외국 기업에만 피해를 주고 끝나는게 아니라 중국 경제 자체에도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주중 EU 상공회의소 “중국서 사업 지속하는게 맞는지 생각 중”
제로 코로나 정책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는 주중국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최근 나온 입장에서 감지됐다.
2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주중 EU 상공회의소는 전날 발표한 ‘유로존 업계의 대중국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은 2020년까지는 코로나 사태를 신속히 대응하면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됐었다”면서 “그러나 그 이후 매우 경직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기업 활동에 유례가 없는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중국에서 활동 중인 우리 회원사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과연 예상 가능한 시장인지,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인지, 효율성이 있는 시장인지, 그래서 미래가 확실한 시장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U 기업들 입장에서는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인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중국에서 기업 활동을 계속 하는 것이 타당한지 심각하게 재검토 중이라는 뜻이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의 고강도 코로나 정책으로 유로존 기업들이 입고 있는 심각한 피해 가운데 하나로 중국 주재 직원들의 고립 문제를 들었다.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중국 지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업무상 꼭 필요한 출입국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유럽에 있는 본사를 오가며 업무를 보거나 연수교육을 받는 등 업무적으로 필수적인 상호 교류가 사실상 차단돼있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계 다국적 기업의 한 임원은 “중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EU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유로존 기업들의 활동뿐 아니라 향후 투자 계획도 위축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외르그 부트케 주중 EU 상공회의소 회장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지난 반년간 중국 시장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새로이 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잇단 봉쇄조치로 인해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은 ‘폐쇄된 사회’로, ‘유별난 사회’로 변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국을 떠나는 기업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트케 회장은 특히 “개인적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한지 40년쯤 되는데 어느날 갑자기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결정이 경제적 논리를 무시하고 내려지는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우려했다.
◇왈시 IATA 사무총장 “고강도 방역으로 홍콩의 국제적 위상 상실”
전세계 항공사들의 협의체이자 항공운임을 결정하는 국제 무역 기구이기도 한 IATA에서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빚은 결과에 대한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윌리 왈시 IATA 사무총장은 21일 IATA가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개최한 ‘글로벌 항공산업 세계금융심포지엄’에서 행한 연설에서 아시아 최고의 금융허브이자 글로벌 항공물류 허브로 통해온 중국령 홍콩의 위상이 제로 코로나 정책의 여파로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콩에도 고강도 코로나 봉쇄조치가 오랜 기간 내려지면서 홍콩은 더 이상 글로벌 금융허브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글로벌 항공사이자 홍콩의 국적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도 그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코로나 대유행이 진정되면서 전세계 주요공항들이 방역 조치를 완화했으나 세계 3대 허브공항인 첵랍콕공항을 둔 홍콩에서는 여전히 고강도 방역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탓이라는 것. 홍콩에 입국하는 사람은 현재도 3일간 자가격리, 4일간 능동감시를 거친 뒤에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왈시 사무총장은 “홍콩이 휘청거리고 있는 사이에 홍콩을 추격해온 경쟁 허브들이 치고 올라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세계 어느 곳보다 몰려드는 출입국자로 분주했던 홍콩을 지난 4월부터 6월 사이 거쳐간 항공 승객은 59만1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창이 국제공항을 이용한 항공 여객이 730만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