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분에 걸쳐 '젠레스 존 제로'를 시연했을 때, 처음 느껴진 것은 호요버스의 이전작들과의 공통점이었다. 공격과 회피, 반격에 따라 게이지가 쌓이고 이에 따라 특별한 기술이 나가는 등 전투 방식은 '붕괴'를, 일행을 교체해가며 싸우는 전투 방식은 '원신'을 떠올리게 했다.
던전을 구획별로 나누고 공략 성과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도 있었는데, 이는 당초 호요버스가 예고한 '로그라이크'적 요소와 관련된다. 고전 게임 '로그'와 비슷한 게임을 뜻하는 로그라이크는 ▲무작위 던전 배치를 통한 리플레이성 보장 ▲사망 시 스테이지 처음부터 재시작 등을 특징으로 한다.
'젠레스 존 제로'의 기본적인 테마는 세계를 파멸시키려는 재난 '공통'과 이곳에서 쏟아져나와 인간을 오염시키는 '에테리얼'이란 미지의 괴물과의 싸움이다. 세계에 닥친 위험과 이를 막고자 하는 초능력자들의 싸움은 전작 '붕괴'는 물론 다양한 게임, 만화 등에도 자주 활용되는 이야기 방식이다.
호요버스는 '젠레스 존 제로'만의 특색을 어반 판타지와 사이버펑크로 살려냈다. 에테리얼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와 통제를 피해 제멋대로 날뛰는 수많은 무법자들이 모인 가상의 미래 도시는 붕괴의 우주나 원신의 티바트 대륙과 비교하면 그 스케일은 작을지언정, 매력도는 결코 밀리지 않았다.
젠레스 존 제로를 플레이하며 떠오른 게임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1996년 첫 작품이 나온 이래 서브컬처 팬들에게 광범위한 지지도를 받고 있는 일본의 '페르소나' 시리즈다. 도시에서 벌어지는 미지의 현상과의 다툼, 팀 단위 전투와 풍부한 캐릭터 별 이야기 등의 핵심 콘텐츠가 이를 떠올리게 했다.
또 하나는 한국의 나딕게임즈가 개발, 넥슨이 2014년부터 서비스한 서브컬처 액션 RPG '클로저스'다. 차원종이 쏟아져나와 황폐화된 미래 도시라는 배경, 구획 단위 던전을 돌파하는 콘텐츠와 더불어 물론 토끼굴·벨로보그 중공업·대공동 6과 등 서로 다른 배경의 캐릭터 집단 역시 플레이 가능 캐릭터들이 검은양·늑대개·시궁쥐 등의 팀으로 구분된 클로저스와 유사한 느낌을 줬다.
호요버스가 이번 지스타에서 선보인 부스는 '젠레스 존 제로'와 '원신', '붕괴' 등의 굿즈 스코어를 바탕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어모았다. '붕괴: 스타레일' 시연대는 실시간 전투에 비해 다소 낡은 장르로 받아들여지는 '턴제 전투 RPG'였기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은 듯 했다.
'젠레스 존 제로' 시연 후 본 기자는 '붕괴: 스타레일' 역시 약 10분 가량 시연했다. 턴제 전투는 그간 호요버스가 선보여온 '손맛'이 넘치는 전투를 살리지 못해 조금은 아쉬웠으나, '원신'과 같은 방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와 전투 중에 선보인 수려한 컷씬, 연출들은 "역시 호요버스다"라는 말이 나오게 했다.
호요버스는 2012년 설립된 서브컬처 게임 전문 개발사 미호요가 올 초 내세운 글로벌 브랜드네임이다. 당시 미호요는 자신들의 목표로 "2030년까지 10억명이 접속하는 메타버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지스타에서 호요버스가 선보인 두 게임 역시 '10억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게임의 테마, 장르 면에서 다양성을 넓혀나가는 시도였을 것이다.
두 게임에서 적용된 새로운 시도 속에는 호요버스가 쌓아온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노하우가 적잖이 녹아들었다. 두 작품 모두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며 '이용자 저변 확대'란 목표를 이루는 데에는 두 작품 중 '젠레스 존 제로'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