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달에 벌써 2만 명 이상의 IT 업계 종사자가 해고됐고, 연초 이후 누적 해고자는 10만 명을 넘었다.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는 전체 직원의 13%인 1만1000명 이상을 해고하기로 했다. 이달 초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는 전체 직원의 13%에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직원 1만 명을 해고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인수한 이래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인 3700명을 해고했고, 추가 감원을 예고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올해 신규 직원 채용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경기 침체에 대비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구글 직원 숫자가 최소한 내년에는 늘어나지 않으리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채용 동결 또는 감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포브스는 화이트칼라 일자리 위기의 핵심 이유 중 하나가 기술의 발전이라고 지적했다. 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 이런 현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소수의 고급 인력이 다수의 화이트칼라 일을 대체할 것이라고 포브스가 전했다.
하지만 화이트칼라에 비해 블루칼라 일자리는 아직 안정세를 보인다. 미국 기업들의 9월 채용공고 건수가 전월보다 44만 건가량 증가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에도 고용 시장이 여전히 오름세임을 시사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채용공고 건수가 약 1071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기록한 1028만 건보다 43만7000건 늘어난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빅테크의 해고 바람이 제조업 등 다른 산업 분야의 연쇄 해고로 이어지는 ‘쓰나미’가 되지는 않을 것이나 테크 기업 안팎에서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 행렬이 미국 노동 시장 전반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은행은 18일 투자 메모에서 “아직은 기술 기업들의 해고를 '탄광 속 카나리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큰 위험이나 재앙을 예고하는 조기 경보를 뜻한다.
모건스탠리는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엄청난 속도로 채용을 늘려온 점, 전체적인 고용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이를 빅테크에서 나타나는 고립된 현상으로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말부터 빅테크 기업들이 실제 감원한 직원 수는 총 18만7000명 수준으로 전체 미국 노동자의 0.1%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