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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론 머스크가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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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론 머스크가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이유

테러 우려 제기되자 "최대한 살아남겠다"며 추가 대형 폭로 예고
"혐오글·가짜뉴스 횡행하는 플랫폼 변질"…'반 머스크' 여론 확산

공공의 적으로 묘사되기 시작한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 사진=데일리레커닝이미지 확대보기
공공의 적으로 묘사되기 시작한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 사진=데일리레커닝
‘일론 머스크는 공공의 적이 됐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미국의 전직 육상선수이자 사업가로 유명한 케이틀린 제너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올린 트윗에서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에게 던진 말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뒤 트랜스젠더 운동가로 변신해 더 유명해졌고 현재 보수성향의 전국 방송매체인 폭스뉴스에서 평론가로 활동 중인 그가, 당초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환영하는 입장을 냈던 그가 머스크를 무려 '공공의 적'으로 묘사한 이유는 뭘까.

머스크가 트위터에 대한 대개편 작업에 나서면서 강조한 ‘표현의 자유’ 때문이다.
머스크가 보수와 진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여론이 소통하는 장으로 트위터를 개혁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오히려 트위터가 혐오 글,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플랫폼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반발이 머스크의 비판 세력을 중심으로 최근 강하게 제기되면서 머스크의 안위가 걱정될 정도로 ‘반(反)머스크 여론’이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게 제너의 주장이다.

그러나 머스크가 급기야 공공의 적으로 표현될 정도로 증오의 대상이 된 배경에는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겠다는 자신의 철학을 불도저식으로 펼치는 과정에서 전방위적으로 전선을 확대한 결과라는, 즉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 “자살 생각 없고 끝까지 살아남도록 노력하겠다”

제너의 트윗에 대해 머스크는 “걱정을 끼쳐 미안하지만 끝까지 살아남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머스크의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은 제너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도 자신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스스로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고 실제로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알려진 매트 타이비라는 언론인을 통해 3일 공개된 이른바 ‘비공개 트위터 파일’, 즉 머스크가 보기에 자신이 트위터를 인수하기 전에 트위터 경영진이 얼마나 편향적으로 콘텐츠를 관리했는지를 폭로하는 내용의 내부문건이 세상에 알려진 직후 그가 논란의 중심에 더 가까이 선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것.

머스크는 다만 뜻을 굽힐 생각은 전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내부문건의 내용을 근거로 지난 2020년 대통령선거를 인정한 헌법의 선거 관련 규정의 적용을 중단해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자신을 적법한 대통령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을 정도로 파장이 커지고 있음에도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담긴 추가 문건의 폭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공공의 적으로 부상했다는 점은 ‘트위터 스페이스’란 이름으로 3일 저녁 트위터에서 음성으로 생중계된 간담회 형식의 공개 인터뷰에서도 확인됐다. 트위터에 따르면 행사에는 약 10만 명이 직접 참여했고 180만 명이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 “혹시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냐”는 질문이 나왔고, 머스크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자살이라는 엄청난 표현이 나온 것은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면서 트위터의 대수술 작업에 착수한 것에 대해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심리적으로 커다란 위협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관측에서 비롯된 셈이다.

특히 지난해 1월 발생한 미 헌정사상 초유의 미 의회의사당 폭동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아 트위터에서 영구 퇴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보수 또는 극우 진영의 인사들을 대거 사면한 것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면서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머스크의 개인적인 안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머스크에 불만을 품은 극단주의자가 머스크를 살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에 벌어진 여러 사건들에 위축돼) 내가 자살할 일은 없다”면서 “내가 만약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면 그건 사실과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누군가 자신을 해치는 경우라면 몰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일은 없다는 뜻이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 5월 올린 트윗에서도 “만약 내가 미스터리하게 사망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동안 알고 지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묘한 말을 남긴 바 있다.

◇머스크 “트위터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오히려 추가 폭로 예고


이날 생중계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오히려 자신이 인수하기 전의 트위터가 얼마나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는지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가 담긴 트위터 내부문건을 추가로 공개할 생각임을 예고했다.

그는 “지금까지 트위터는 문제가 있는 콘텐츠를 거르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공화당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민주당에는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는 불공정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둘러싼 의혹을 보도한 뉴욕포스트의 트위터 계정을 잠정 중단시키는 조치를 내린 것도 그 일환이라는 것.

그는 심지어 3일 공개된 비공개 트위터 파일의 내용에 따르면 “2020년 대선 과정에서 트위터가 민주당의 나팔수 역할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표현의 자유는 그리 흔하게 보장되지 못한 문제였다”면서 “그동안 흔하게 보장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표현의 자유가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그는 “다른 매체들도 사실에 가까운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사실을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이라면서 “내가 직접 살피는 것보다는 전문가들이 분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추가 폭로 역시 자신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언론인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대목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