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러시아가 몰도바의 친(親)서방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는 의혹에 이어, 몰도바의 친러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를 합병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 남서쪽 국경에 접한 지역으로, 러시아가 합병하면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오데사와 최근 수복한 헤르손 등 남부 요충지를 직접 위협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 대한 몰도바의 국가 주권을 인정하는 2012년 포고령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구(舊)소련 붕괴 직후인 1991년 몰도바 편입에 반대하며 독립을 선언한 몰도바 내의 친러 분리주의 지역이다. 1992년에는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몰도바 정부군과 내전까지 벌였다. 러시아는 이 과정에서 양측이 휴전 협정을 맺도록 중재했으며 병력을 파견해 추가적 무력 충돌을 막아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넘어가면서 트란스니스트리아의 군사적 가치는 더 커지고 있다. 이곳에는 약 2만 톤에 달하는 구소련 무기와 탄약이 보관돼 있다. 현지 주둔 중인 러시아군도 수천 명에 달한다. 공식적으로는 1500여 명의 ‘평화유지군’이지만, 서방 정보기관들은 당장 전투가 가능한 5000여 명의 여단급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인 오데사와의 거리가 60여㎞에 불과하다. 러시아군이 트란스니스트리아를 통해 오데사를 기습 점령하면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 지역은 러시아 수중에 떨어진다. 우크라이나가 내륙에 고립돼 흑해 진출을 차단당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로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지지하는 미국인이 줄어들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인 4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53%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4월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에서 73%가 지지할 것이라고 응답한 것과 비교해 수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로이터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 행정부의 지원이 여론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징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