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업·콘텐츠사·밴드·지자체까지 '버튜버'에 푹 빠져

글로벌이코노믹

ICT

공유
2

대기업·콘텐츠사·밴드·지자체까지 '버튜버'에 푹 빠져

'이세계 아이돌' 등 성공사례로 검증된 홍보·소통 효과 커
국내 버튜버 시장 태동기…상상 이상 큰 시장 될 것

쓰리와이(3Y)코퍼레이션이 1월 론칭한 버추얼 유튜버 4인조 걸그룹 '스타데이즈'의 모습. 사진=스타데이즈 공식 트위터이미지 확대보기
쓰리와이(3Y)코퍼레이션이 1월 론칭한 버추얼 유튜버 4인조 걸그룹 '스타데이즈'의 모습. 사진=스타데이즈 공식 트위터
국내 각계에서 가상 아바타를 내세운 영상 크리에이터 '버추얼 유튜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콘텐츠 기업들을 넘어 일반 기업, 나아가 음악계, 학계, 심지어 관공서까지도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이 자체 버추얼 유튜버에 관심을 보이며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21년부터 버추얼 유튜버 사업에 뛰어들었다. 컴퓨터 제조사인 미국의 HP와 대만의 MSI, 중국의 연예기획사 위에화 엔터테인먼트나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 등이 자체 버추얼 유튜버를 운영 중이다.
이외에 일본의 도쿄가 올해 선임한 공식 관광대사 16명 중 3명이 버추얼 유튜버였다. 미국의 정신건강연합회(NAMI)는 지난해 12월, 소니 뮤직 산하 그룹 프리즘 프로젝트의 '카미시로 리타'를 공식 대사로 선임했다.

국내에선 스마일게이트가 지난 2018년부터 '세아 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넥슨과 네오위즈 등 게임사, 웹소설 플랫폼 노벨피아 등이 버추얼 유튜버를 운영하고 있다. 올 1월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에서도 자회사 쓰리와이(SY)코퍼레이션을 통해 버추얼 걸그룹 '스타데이즈'를 론칭했다.
콘텐츠 기업들은 물론, 울산과학기술원(UNIS)의 배준범 교수가 설립한 VR(가상현실) 스타트업 필더세임에서도 자사 VR 시스템 '멜리고' 홍보를 위해 버추얼 유튜버들과 협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 강서구청에서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처음으로 공식 버추얼 유튜버를 선보였다.

강서구의 버추얼 유튜버 '새로미'의 모습. 사진=강서구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강서구의 버추얼 유튜버 '새로미'의 모습. 사진=강서구 공식 유튜브 채널

버추얼 유튜버는 실제 인간이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 자신의 표정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따라 하는 아바타를 내세워 방송 활동을 하는 것을 뜻한다. 일본에서 지난 2016년 데뷔, 3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은 '키즈나 아이'가 이 분야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키즈나 아이'를 선구자로 하는 만큼 일본에선 이미 버추얼 유튜버 전문사들이 자리 잡아 두 곳이나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미국·영국 등 주요 콘텐츠 시장은 물론, 인도네시아·태국·멕시코·아르헨티나·칠레 등에서도 100만 구독 버추얼 유튜버들이 활동 중이다.

다양한 업체들이 버추얼 유튜버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홍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서브컬처 팬들의 주목을 받기가 용이하다는 것과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애니메이션 연출과 연계 가능하다는 점 등이 장점이다.

독일의 VR플랫폼 개발사 센서리움은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외모 등 신상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몸짓으로 실시간 소통이 된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라고 평했다. 이들은 "CG 기술이 발전하고 보편화돼 보다 세밀한 연출이 가능해질수록, 버추얼 유튜버 업계는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 성공 사례가 여럿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21년 12월 데뷔 후 반년 만에 10만 구독자 확보, 음원 차트 최상위권 진입 등 성과를 거둔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 이른바 '이세돌'이 대표적이다. 이세돌이 소속된 패러블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네이버제트의 투자를 유치했고 카카오엔터와는 웹 예능 제작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버추얼 헤르츠 엔터테인먼트의 '아오'가 25일 홍대 프리즘홀에서 현장 관람객들을 상대로 공연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버추얼 헤르츠 엔터테인먼트의 '아오'가 25일 홍대 프리즘홀에서 현장 관람객들을 상대로 공연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최근 홍대입구의 스탠딩 공연장 '프리즘홀'에선 국내 최초로 오프라인 관람객이 함께하는 버추얼 유튜버 콘서트가 열렸다. 버추얼 헤르츠 엔터테인먼트(이하 버추얼 헤르츠)와 브이리프트가 공동 개최한 이번 콘서트는 당초 정원 200명에 50명이 증원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버추얼 헤르츠는 밴드용 세션(전문 악기 연주자)들이 중심이 돼 설립한 버추얼 유튜버 그룹이다. 강정석 버추얼 헤르츠 대표는 "코로나 확산 후 지속하기 어려워진 본업과 버추얼 유튜버 사업 사이에서 고민했다"며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것을 하겠냐는 생각이 들어 '꿈꾸던 일을 현실로'란 표어를 걸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콘서트에 참여한 버추얼 헤르츠의 크리에이터 '아오'는 "함께 공연한 유튜버들이 너무 잘해서 '내가 껴도 되는 자리인가?'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며 "오래전부터 아이돌을 꿈꿔왔는데, 정말 무대에 올라서 눈물이 날 뻔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브이리프트는 웹툰·웹소설 제작사 엠젯(MZ)패밀리의 자회사 브이넥서스에서 운영하는 버추얼 유튜버 크루다. 브이리프트의 버추얼 유튜버 '베르'는 "버추얼 유튜버가 되기 전에는 '부캐' 같은 느낌으로 보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면서도 "지금은 나의 정체성이나 다름없으며 앞으로는 '베르'로서 유튜버를 넘어 한 명의 아티스트로도 인정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태원 MZ패밀리·브이넥서스 대표는 "지금의 국내 버추얼 유튜버 시장은 과거 웹툰 시장에 '유료 결제'라는 비즈니스 모델(BM)이 확립되기 전의 태동기, 과도기를 보는 것 같다"며 "향후 기술이 발전하고 시장이 성숙할수록 우리가 지금 상상하는 것 이상의 시장으로 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