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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내연차 12.5년 탈 동안 전기차는 3.6년밖에 못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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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내연차 12.5년 탈 동안 전기차는 3.6년밖에 못 탄다

美 경차량 차령 조사 결과…차량 등록 취소 건수도 많아

미국의 자동차 차령 추이. 사진=S&P글로벌모빌리티/악시오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자동차 차령 추이. 사진=S&P글로벌모빌리티/악시오스
경제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이 확산되면서 전기차 보급률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지구촌에서 팔린 신차 가운데 14%가 전기차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차 점유율이 지난 2020년 5%에서 지난 2021년 9%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마침내 10% 선까지 넘어선 셈이다.

그러나 전기차 판매량은 이처럼 급증한 반면, 전기차가 실제로 사용되는 기간은 내연기관 차에 비해 매우 짧은 것으로 밝혀져 전기차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 차령 조사해보니 내연차 12.5년 vs 전기차 3.6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추이. 사진=IEA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추이. 사진=IEA

21일(현지 시간) 친환경차 전문매체 그린카리포트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은 미국의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S&P글로벌모빌리티가 미국에서 유통된 경차량(light vehicle)의 차령을 조사해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경차량이란 최대 적재량이 1톤에 못 미치는 모든 차량을 말한다. 일반적인 승용차와 소형 트럭이 여기에 포함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실제 운영 중인 차량(VIO)’, 즉 정상적으로 등록돼 실제로 운행되는 경차량의 차령을 최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약 2억8400만 대의 내연차가 미국 도로에서 운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고 이들의 평균 차령은 12.5년인 것으로 나타나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0년 전만 해도 내연차의 차령은 9.7년이었다.

그러나 S&P글로벌모빌리티가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의 평균 차령을 아울러 조사한 결과 내연차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차량으로 분류되는 전기차의 차령은 3.6년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보급률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전기차를 실제로 운행하는 기간은 내연차의 28%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전기차 차령이 이처럼 짧다는 것은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중고 전기차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면서 “전기차의 짧은 차령이 전체적인 전기차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 전기차 배터리와 보험사의 문제


지난 2017년 11월 16일(현지 시간) 독일의 재활용 전문업체에서 직원이 전기차 폐배터리를 분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7년 11월 16일(현지 시간) 독일의 재활용 전문업체에서 직원이 전기차 폐배터리를 분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기차는 차령이 짧을 뿐만 아니라 차량등록 취소 건수도 내연차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전기차 신차 등록건수는 75만5000건에 육박해 전년 동기 대비 58%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2013년에서 지난해 사이에 등록된 전기차 약 230만 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6.6%가 등록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내연차의 등록 취소율 5.2%보다 높은 수치다.

그린카리포트는 “S&P글로벌모빌리티의 보고서는 전기차 등록 취소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거나 수명이 다한 것 때문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린카리포트는 전기차 배터리 조사업체 리커런트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 전기차 1만5000대의 배터리를 조사한 결과 교체가 필요할 정도로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그린카리포트는 오히려 내연차보다 비싼 전기차의 보험료가 많든 적든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보도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전기차 배터리가 파손되거나 전기차 배터리에 하자가 생기면 수리하기보다 폐기 처분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낫다는 판단을 하는 보험사들이 거의 대부분인 것과 무관치 않다고 그린카리포트는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