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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를 잃어가는 피자 프랜차이즈…돌파구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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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를 잃어가는 피자 프랜차이즈…돌파구 고심

냉동 피자·대형마트 피자에 치여 시장 규모 '반토막'…위기 돌파 위한 대안 마련중

피자알볼로가 전체 메뉴를 대상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피자 도우 사이즈도 업계 평균 크기로 조정한다. 사진=피자알볼로이미지 확대보기
피자알볼로가 전체 메뉴를 대상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피자 도우 사이즈도 업계 평균 크기로 조정한다. 사진=피자알볼로
국내에서 피자 프랜차이즈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강남을 비롯한 대로변 번화가를 장식하던 홀형 매장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다 1990년대에 전성기를 보낸 피자헛을 비롯한 유명 브랜드들이 역성장하면서 위기설이 나돈다. 이에 업계는 소비자 부담을 덜어내는 방법으로 위기 '정면 돌파'하는 모습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피자 업계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피자 3대장이라 불리는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피자헛 등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가 점차 줄면서 설 자리를 잃자 피자 업계 큰 형님부터 후발 주자까지 가리지 않고, 소비자 마음을 돌리기 위한 정책을 고심 중이다. 업계가 꺼내든 반전카드의 공통점은 '가격'에 있다.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가격을 내림으로써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위기는 가격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라지 기준 피자 한 판 가격은 4만원에 육박해 소비자 부담이 큰 상황이다.
피자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고, 고물가 현상이 계속되면서 저렴한 냉동 피자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이 피자 업계 위기를 불러왔다"며 "배달 음식 수요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업계는 다양한 할인행사로 소비자 부담을 낮추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 같은 행사는 오히려 역효과만 냈다. 잦은 행사에 할인가를 ‘정가’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할인 기간에만 이용하려는 소비 움직임이 나타난 까닭이다. 이에 피자알볼로는 반짝 할인행사로 그치는 것에서 탈피해 가격 인하라는 정책을 내놓았다.

업계에서 최초로 거꾸로 가는 가격 정책인 '가격 인하'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다만, 가격을 내리면서 도우 사이즈는 1인치씩 줄였다. L사이즈는 14인치에서 13인치로, 레귤러 사이즈는 11인치에서 10인치로 조정됐다.

피자알볼로 관계자는 "가격은 내리고 크기는 업계 평균으로 조정했다"며 "이번 정책은 단발성으로 시행하는 가격 할인이 아닌 전체 메뉴를 대상으로 한 판매가 인하"라고 설명했다.

피자알볼로뿐 아니라 피자헛과 도미노피자도 값은 내리고 1인 가구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전략적 제품을 내놓았다. 과거 '프리미엄 피자'만 고집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재 피자헛은 마르게리따를 비롯해 LA BBQ불고기, 브루클린 버거, 콤비네이션 1958 등 총 10종의 1인 피자를 판매 중이다. 가격은 6900원부터다. 도미노피자는 대만 콘 치즈 감자, 이탈리아 마르게리따 등 2종의 1인 피자를 판매 중이며 가격은 6900원으로 동일하다.

피자 업계 관계자는 "피자헛이나 도미노 같은 경우 '프리미엄 피자' 이미지를 가져가면서도 1인 가구 등을 겨냥한 작은 사이즈의 가성비 메뉴도 동시에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재 많은데…근본적 해결책 될까


관련 업계에서는 소비자 부담을 덜어내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은 피자 업계의 대안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피자 산업 전체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하는 일시적으로 좋을 수 있지만, 피자 업계 전체로 봤을 때는 오히려 업계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며 "이전에도 잦았던 피자 업계 할인 행사에 '피자는 제값 주고는 안 사먹는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저렴한 가격이 당연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프리미엄 피자를 고수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도 고심이 깊을 것"이라며 "할인 쿠폰이 없으면 먹지 않는 브랜드가 되면서, 상시 저렴하게 파는 브랜드 또는 대체재들과의 경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냉동 피자와 대형마트 피자는 전문점 피자의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저렴한 가격에 높은 퀄리티까지 갖추며 기존 피자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은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에 간단히 조리하면 즐길 수 있는 냉동 피자의 품질이 상당히 좋아져 피자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며 "고품질의 냉동 피자나 대형마트 피자를 산 경험이 쌓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대체재가 많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며 "최근에는 화덕피자 등 피자 종류도 다양해지고 미식 경험도 쌓여 언제든 먹을 수 있는 피자 프랜차이즈에 대한 선택이 제한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례 없는 정책을 내놓은 피자알볼로에는 소비자가 화답할 것이란 기대도 흘러나온다. 이 교수는 "치킨·피자뿐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가 지난 3년간 가격이 오르기만 했다"며 "제품 품질에만 변화가 없다면 피자알볼로가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은 2017년 2조원을 기록한 이후 2022년 1조2000억원 규모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그 여파로 한국피자헛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억5600만원을 기록했고, 도미노피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스터피자 운영사 엠피대산은 7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낸 피자알볼로 운영사 알볼로에프앤씨도 지난해 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