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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중국 내 영향력 더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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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중국 내 영향력 더 커지나

中 ‘반도체 굴기’ 선언 10년 됐으나 여전히 변방 머물러
자급률 70% 목표는 10%대 불과 생산은 외국기업 의존
미국 압박 지속돼 양사 떠나면 중국 벼랑 끝 몰릴 것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산업의 위축은 현지에 일괄 생산공장(fab)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는 ‘반도체 굴기(崛起)’를 내세우며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던 중국의 발목을 잡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전 부문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온 중국은 실제로 철강과 전자‧IT, 자동차, 조선, 철도차량 등의 산업에서 과점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유독 반도체만큼은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 팹리스 부문의 경쟁력이 높다고 하지만 반도체 칩을 만들어내는 fab에서는 한국과 대만, 미국 등에 뒤처졌다. 이들 국가에 속한 소수의 대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산업 구조를 깨기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6월 ‘반도체산업발전추진요강’을 발표하고 반도체 굴기에 시동을 걸었다. 1조 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해 2020년 반도체 자급률 40%, 2025년 7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10년을 맞는 2023년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0%’에 가깝고, 반도체 자급률(자국 생산 비중) 역시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총력 지원한 칭화유니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는 등 관련 기업은 맥을 못 추고 있다. 반도체 개발과 생산공정 기술 부문에서의 초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반도체 제재는 타격이다. 봉쇄가 시작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중국 반도체는 수출과 수입 모든 면에서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의 실질적인 칩 제조‧생산은 현지에 투자한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이만큼의 자급률을 유지한 것도 외국 기업 덕분이었다.
미국의 제재는 중국 로컬 기업뿐만 아니라 현지 진출한 외국 기업에도 적용된다. 미국은 칩4 동맹을 앞세워 중국을 빠져나와 미국으로 투자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그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징성을 인정한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 위축 상황도, 결과적으로는 양사의 중국 내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다.

만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요구대로 중국을 빠져나간다면 중국 반도체 산업은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된다. 중국 정부로서도 필사적으로 이들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적대감은 크지만, 반도체 보복 조치를 시행할 때도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만 겨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선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는 것도 경제·산업적인 측면에서 두 회사의 위상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장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양국 간 협력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정치‧안보 측면에서 봤을 때도 지나친 갈등을 해소하는 완충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면서 “이해득실 측면에서 자국이 얻을 수 있는 요소가 훨씬 많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어떻게 해서든 잡아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양국 간 갈등이 원활히 해소되기를 희망한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견지할 뿐 어떠한 의견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사태의 흐름이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 기업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다.

다만,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반대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갈등 해소의 여지가 적게나마 마련된 것에는 기대를 품고 있다. 당장 양사에 1년 유예 조처가 내려진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통제를 영구 유예로 전환해주길 바라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자국 내에서 생산활동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화해 주길 바라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