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기준금리를 9월 (FOMC) 회의에서 올리는 것도 틀림없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이날 마친 7월 FOMC 정례회의에서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번이 마지막 금리인상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연준과 파월 의장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는 것은 갈 길이 먼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월 기자회견의 최대 관심은 과연 이번이 마지막 금리인상이라는 신호가 나올 까 여부이다. 제롬 파월의 모두발언에서는 마지막 금리인상에 대한 신호가 없었다. 이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FOMC에서는 이전부터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기정사실화되어온 만큼 관건은 오는 9월 이후 이어질 '다음 스텝'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긴축 사이클 종료가 임박했다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에 눈길이 쏠린다. FOMC 이후 9월까지 약 두달의 텀이 있는 만큼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어떠한 단서를 내놓는 지가 주효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점도표를 통해 연내 두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한 Fed와 달리 뉴욕증시는 이달 한번의 추가 인상으로 Fed의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시나리오를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금리 선물 시장은 이달 베이비스텝 이후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85%가량 반영 중이다. 9월에도 추가 베이비스텝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15%에 그쳤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가 뚜렷하게 완화하고 있음이 확인된 만큼 Fed가 무리해 추가 긴축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어떻게 답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투자자 메모를 통해 "완만한 경기침체와 연착륙 사이의 경계가 점점 더 미세해지고 있다"면서 "후자(연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Fed의 물가안정목표(2%)까지 내려가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면서도 "이번 인상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여전히 5%에 가깝다. ING 파이낸셜마켓LCC의 제임스 나이틀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으나, Fed에게 충분할 정도로 빠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이 과열됐음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또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간 Fed는 긴축 사이클이 끝나고 인하로 전하기 위해서는 추세 이하의 저 성장, 노동시장 둔화가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파월 의장의 입에 쏠려 있다. 이번주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안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6월 FOMC 이후 혼합된 경제지표들이 나오면서 7월 금리인상이 마지막이 될지에 대한 Fed 내부 논쟁을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네이션와이드의 캐시 보스탄칙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투자자 메모를 통해 "이번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FOMC가 동결 연장을 위해 어떤 지표를 살펴야 할 지 더 명확히 설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파월 의장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뚜렷한 색채를 드러내지 않은 채, 추가 지표들을 확인한 후 8월 말 잭슨홀 미팅을 계기로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주에는 Fed의 통화정책에 여파를 미칠 주요 지표들도 발표를 앞두고 있다. 주 후반 발표되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4.2% 올라 직전월(4.6%)보다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CE 가격지수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강력하게 나타날 경우 Fed를 둘러싼 긴축 경계감은 재차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예비치, 6월 내구재 주문, 7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등도 주중 공개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물가를 낮추는 과정은 점진적이라고 일관되게 말했고, 실제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발한 바 있다. 당시 연준은 기준금리를 5.0~5.25%로 동결하면서 지난해 3월 이후 지난달까지 10차례 연속 단행한 연준의 금리 인상 행진은 일단 중단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제시했다. 연준이 새로운 점도표를 통해 내놓은 올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위값은 5.6%로 직전 전망치(5.1%)보다. 0.5%포인트 더 높았다. 만약 이대로 올릴 경우 0.25%포인트 씩 2차례 더 인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 대해 경제가 여전히 성장세에 있고, 금리 인상의 효과가 아직 완전히 경제 전반이 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그 기자회견에 서두에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여전히 지난 3개월 일자리 증가수가 28만3000개에 이른다”며 “고용 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하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이 지난해 적절한 수준의 일자리 증가수가 월 10만개 이하라고 언급했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연준의 판단보다 일자리는 3배 가까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또한 완전히 잡힌 것이 아니라는 시각을 나타냈다. 이는 파월 의장이 전체 인플레이션 수치보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지수에 주목하면서다.
파월 의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금리 동결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이번 회의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움직였는지를 고려할 때 앞으로 추가 경제 상황과 이에 맞는 통화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며 “연준은 앞으로 그동안 올린 긴축의 정도와 지연효과, 경제 및 금융 상황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 내내 금리 인상의 속도와 최종 금리 수준을 분리해 생각할 것을 시장에 주문했다. 지금 금리 인상을 결정하지 않는 것이 최종 금리를 낮추는 것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목표에 가까워질 수록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합리적이며 매 회의마다 금리를 인상하기보다 이번 회의에서 동결하기로 한 것도 이런 판단의 연장선상”이라며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이슈는 상황이 변화하는데 맞추어 적절한 정책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더 오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지만 그 속도는 완만해야 한다”며 “특히 오늘 위원회의 결정은 이번 회의에 관한 것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도 연준이 제시한 연말 금리 전망치가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연준은 이번 FOMC 점도표에서 연말 금리 전망 중위값으로 5.6%를 제시했다. 이는 3월 점도표(5.1%)보다 0.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그는 “FOMC가 이미 결정했다거나, 계획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며 “경제가 예상과 다르게 흐른다면 통화 정책 경로는 적절히 조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금리를 낮추는 시점에 대해서는 “2년 여 뒤”라고 발언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또다시 부추겼다. 파월 의장은 “물가를 낮추려면 실질금리가 의미있게 높아야 하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낮추는 시기는 인플레이션이 매우 크게 하락하고 있는 시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2년 여 뒤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이 이날 공개한 점도표와 배치되는 설명이다. 점도표 상 기준금리 전망은 올해 5.6%까지 오른 뒤 내년에 4.6%로 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점도표는 내년 금리 인하를 제시하는 반면 파월은 내후년 금리 인하를 이야기한 것이다.
미국 연준은 연내 2회 추가 인상을 예고했으나, 시장에서는 7월이 마지막 인상이 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분위기다.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확고한 합의가 1년 이상 지속된 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싸움이 이제 중요한 순간에 도달하고 있다. 연준 인사 사이에 언제 금리 인상 사이클을 중단할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금리를 올린 채로 유지할지를 놓고 의견 차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매파는 긴축 정책을 이어갈 채비를 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예의 주시하고 있고, 비둘기파는 긴축을 끝내고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기를 선호하고 있다. 중도파는 둘 사이 타협점을 찾고 있다. 매파에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2021년 초 이래 인플레이션을 냉각시키기 위해 더 강경한 정책을 추구해왔으며,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가 힘을 보태고 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와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가 매파로 분류된다. 이들은 금리 인상이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데 충분하지 않았다며, 지난달 제시된 올해 두 차례의 0.25%포인트 인상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도파로는 파월 의장이 꼽히고 있으며, FOMC 지도부를 구성하는 부의장 지명자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파월 의장의 접근법을 옹호하고 있다. 연준의 마이클 바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도 이 진영으로 분류된다.
중도파는 연준이 계속 금리 인상을 할 필요가 있지만, 그 속도는 인상 주기의 끝에 갈수록 느려져야 한다는 쪽이다. 비둘기파로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가 우선 꼽히고 있다. 또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리사 쿡 연준 이사,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가 포함된다. 비둘기파는 잇단 금리 인상으로 이제 경제 리스크에 더 균형이 잡힌 것으로 보면서 추가 인상은 노동시장에 불필요하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