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농심기획 지분 전량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이노션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고용승계 여부나 매각대금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 측은 해외 사업 확장에 따라 해외 광고와 마케팅 물량의 소화 필요성도 높아지면서 디지털 광고 등에 보다 경쟁력을 가진 업체와의 파트너십이 필요해졌다는 입장이다. 농심기획은 TV와 신문 등 전통매체 광고에 역량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변화한 상황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농심이 광고 계열사까지 매각하며 해외 마케팅 역량 강화에 나선 것은 그만큼 농심의 해외 사업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심은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8%, 204.5% 증가하는 깜짝실적을 거뒀는데, 전체 영업이익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둘 정도로 해외 사업 부문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미주 지역의 경우 농심 미국 법인의 영업이익이 농심 전체 영업이익의 28%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성이 커졌다. 농심 미국 법인의 상반기 매출은 316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5.2%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536% 증가한 337억원을 기록하는 등 국내보다 수익성도 월등히 높은 편이다.
앞서 신동원 농심 회장도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연 매출 15억 달러를 달성하고 라면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제시할 정도로 미국 시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25.2%로 일본 토요스이산(47.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최근의 급격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1위 업체와의 점유율 차이가 상당한 만큼 현지 마케팅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에 대해 농심기획 매출 중 농심 내부 거래 비중이 높아진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농심기획 매출은 207억원이었는데 이중 그룹 내부거래는 130억원으로 62.8%를 차지했다. 영업이익도 5억원으로 절반 넘게 감소하는 등 실적도 악화됐다. 지난해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농심으로서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가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는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농심기획 매각을 통한 내부거래 축소는 매각의 배경이나 의도라기보단 매각 결과로 나타나는 효과”라며 “농심기획 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이 높긴 하지만 농심 전체를 놓고 보면 규모가 유의미하게 큰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