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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시안게임, e스포츠 세부 종목 살펴보니 '그들만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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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시안게임, e스포츠 세부 종목 살펴보니 '그들만의 잔치'

7개 게임 중 특정 장르 과반…'中 내수 게임'만 2개 올라
뿌리 깊은 '편파 판정' 역사…'안방 황제' 논란 이어지나

항저우 아시안게임 경기장 전경. 사진=중국 주 아일랜드 대사관 X(트위터)이미지 확대보기
항저우 아시안게임 경기장 전경. 사진=중국 주 아일랜드 대사관 X(트위터)
"중국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은 존중하지만, 그와 별개로 개최지로서 중국은 색안경을 끼고 볼 수 밖에 없죠. 아시안게임 종목만 봐도 너무 편파적이에요. 한국인들이 일본보다 중국을 더 싫어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던데 e스포츠 팬들은 다 고개 끄덕일겁니다."

국민 e스포츠 종목 '리그 오브 레전드(LOL)'을 첫 프로대회부터 챙겨봤다는 한 게임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실제로 한국리서치의 2021년 5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한국인 응답자 중 중국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응답한 비율은 75.9%, 일본의 71.9%보다 4%p 높았다.
오는 23일 개최를 앞둔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선 사상 처음으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세부종목으로 선택된 게임은 7종으로 LOL과 더불어 '도타 2', '왕자영요', '몽삼국 2' 등 전략 경쟁 게임들을 비롯해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포츠 게임 '피파 온라인',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5'가 채택됐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에 따르면 한국에선 7개 종목 중 4개 종목에만 대표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도타2와 왕자영요, 몽삼국2의 경우 적합한 국가대표 후보를 찾지 못했다. 유의미한 게이머 층이 형성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짐작되는데, 특히 '몽삼국2'는 애초에 국내 서비스조차 이뤄지지 않은 게임이다.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인 텐센트 '왕자영요(왼쪽)'와 일렉트로닉 소울 '몽삼국2' 이미지.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인 텐센트 '왕자영요(왼쪽)'와 일렉트로닉 소울 '몽삼국2' 이미지. 사진=각 사

e스포츠는 앞서 직전 하계 아시안게임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활용됐다. 당시 종목 중 올해까지 지위가 유지된 게임은 LOL과 왕자영요, 두 게임 모두 중국이 금메달을 딴 종목이란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도타2와 몽삼국2까지 끼면서 7개 종목중 과반수가 유사 장르 게임으로 도배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네 게임 모두 이른바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장르 게임으로 10명의 게이머가 5:5로 나뉘어 경쟁하고, 영웅 캐릭터를 하나씩 조종하며, 쿼터뷰 그래픽에서 진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몽삼국2와 왕자영요는 사실상 중국 유저들만이 즐기는 '내수용 게임'이란 평을 받고 있다. PC게임 '몽삼국 2'의 글로벌 스팀버전은 일일 100명 이하가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바일 게임인 원작 '몽삼국'의 경우, 앱 통계 분석 플랫폼 센서타워를 통해 확인 결과 중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었다.

왕자영요는 중국, 나아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벌어들이는 모바일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이 게임은 올 2월 기준 전체 매출의 95%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MOBA 장르 외 게임들도 '중국에 편파적인' 게임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의 2021년 말 보도에 따르면 '배그 모바일'이나 '스트리트 파이터 5'가 있던 자리에는 당초 '화평정영'과 '스트리트 파이터 듀얼'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평정영과 스트리트 파이트 듀얼은 모두 중국 게임사 텐센트가 각각 '배그 모바일' 원작사 크래프톤, '스트리트파이터' 원작사 캡콤과 기술 서비스 제공, IP 라이선스 계약 등을 맺고 개발한 게임이다. 이들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경우 '내수용 게임으로 세부 종목을 채웠다'는 역풍을 맞을 것을 고려, 유사한 글로벌 버전 게임으로 전환한 것으로 짐작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로고.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항저우 아시안게임 로고. 사진=연합뉴스

종목 선택 관련 논란 외에도 개최지로서의 중국을 믿기 어렵다는 시선도 적지 않게 나온다. 중국은 국제 스포츠에서 수차례 반칙, 오심, 편파 판정 등의 당사자였으며, 이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계속됐다. 개·폐회식에서 타국 문화를 버젓이 활용한 '문화공정', 부대 시설 부실 운영 등 스포츠 외적인 논란도 적지 않았다.

특히 e스포츠 업계인들은 지난해 LOL 국제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022'와 같은 사태가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MSI 2022에선 중국의 로얄네버기브업(RNG)이 한국의 T1을 결승전에서 3: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당시 RNG는 자국의 코로나19 재유행을 이유로 참가팀 중 유일하게 현장이 아닌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별도 경기장이 아닌 숙소에서 경기를 했다는 점, 현장에 별다른 심판진도 파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특혜를 받고 우승했다', '안방 황제' 등의 비판을 받았다.

e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단은 이에 실력으로 정면 승부한다는 마음가짐이다. 지난달 28일 e스포츠 국가대표 출정식 기자회견에서 김정균 LOL 국가대표단 감독은 "중국 팀이 홈그라운드 이점도 있고, 경기 외적으로 힘든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선수들 모두 최정상급 기량을 가진 선수들인 만큼 조직력만 갖추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오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16일동안 진행된다. 한국 e스포츠 국가대표팀은 LOL 5명, 배그 모바일 4명, 피파 온라인과 스트리트 파이터 5에 1명에 각 종목 당 예비 선수 1명을 더해 총 15명이 출전할 예정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