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는 최근 IT업계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LG전자가 메타와 NDA(비밀유지계약)을 맺고 2025년 공개를 목표로 첨단 헤드셋 개발에 돌입했다"며 "오는 27일 열릴 연례 콘퍼런스 '메타 코넥트'에서 관련 내용이 공개될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올 6월 개최한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서 최초로 공개한 차세대 MR 헤드셋이다.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 대비 절반 수준인 300g의 무게를 지녔으나 그래픽 스펙 등은 더욱 강력하다. 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3499달러(약 463만원)로 퀘스트 시리즈 최고가 제품 '퀘스트 프로'의 999달러(약 132만원) 대비 3배 이상이다.
LG전자는 '비전 프로'의 외부 디스플레이 부품 공급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기의 핵심이 되는 초소형 디스플레이 '마이크로 OLED'는 소니에서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 쿡 애플 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일본 구마모토 소재 소니 공장을 깜짝 방문, 요시다 켄이치로 대표와 면담하기도 했다.
소니 외에도 월트디즈니 컴퍼니가 콘텐츠 공급사로서 애플의 핵심 파트너로 함께한다. 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 대표는 WWDC에서 '비전 프로'가 공개될 때 현장에 깜짝 등장, "비전 프로를 통해 출시 시점부터 기본적으로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비전 프로의 공개와 함께 MR 헤드셋 기반 플랫폼 사업의 명칭을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으로 정의했다. 이는 메타가 주도하는 기존의 '메타버스' 시장과 자신들의 신제품을 구분짓고 새로운 리딩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에 관해 "애플·메타의 VR 패권 전쟁과 별개로 렌즈나 디스플레이 등 VR 하드웨어 부품 분야에선 소니·삼성·LG 등의 경쟁도 치열하다"며 "헤드셋의 핵심 부품인 초소형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소니가 가장 앞서고 있으며 삼성과 LG는 따라가는 입장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VR·AR 분야 영향력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주력해왔다. 일본 매체 닛케이가 시장조사업체 사이버소켄과 협력 연구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세계 주요 국가에서 VR·AR 분야 특허를 출원한 기업들 중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특허 출원수 1위, 2위를 차지했다.
특히 LG전자는 2011년~2015년 특허 건수 11위에서 1위까지 급상승했으며, 삼성전자는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들의 뒤로는 메타가 3위를 차지했으며 화웨이와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삼성전자의 주요 파트너로는 알파벳(구글)이 손꼽힌다. 사미르 사맛 구글 제품관리 이사는 올 5월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해 안드로이드OS 기반 XR(확장현실) 기기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2월 미국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삼성전자·구글·퀄컴과 3자 협력해 차세대 XR 폼팩터를 개발한다는 사실이 최초 공개됐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 LG는 미국 빅테크들과 오랜 기간 꾸준히 협업해온 파트너인 만큼, 메타와 LG에 관한 최근 보도는 거창한 계획이라기 보단 기존 협력의 연장선상 정도의 내용일 수도 있다"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가오는 '메타 커넥트' 혹은 양사의 추가 발표가 있을 때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