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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게임, 잘 나가네"…게임계에 번지는 '빅 앤 리틀'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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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게임, 잘 나가네"…게임계에 번지는 '빅 앤 리틀' 열풍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 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 연달아 흥행
자체 개발부터 퍼블리싱 계약까지…게임업계 '캐주얼 게임'에 눈독

'세븐나이츠 키우기' 이미지. 사진=넷마블 공식 브랜드 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세븐나이츠 키우기' 이미지. 사진=넷마블 공식 브랜드 페이지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연이어 '작은 게임'으로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큰 규모의 인력이 필요한 대작과 소규모 인원이 투입되는 작은 게임을 별도로 선보이는 '투 트랙' 전략이 업계 전반에 자리 잡을 전망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국내 매출 순위에는 이달 들어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2위에 올랐다. 넷마블을 대표하는 IP '세븐나이츠' 원작 속 캐릭터를 2D 도트 그래픽으로 재해석했으며, 최소한의 조작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치형 전투를 중심으로 한 캐주얼 RPG이다.
세븐나이츠 키우기의 성과는 업계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구글 플레이 매출 톱3에 오른 국산 게임은 모두 모바일 게임계의 주류인 MMORPG, 혹은 '오타쿠'라 불리는 마니아층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서브컬처 수집형 게임이었다.

넥슨이 올 6월 출시한 PC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역시 깜짝 성과를 거둔 게임으로 꼽힌다. 이 게임은 2D 도트 그래픽 해양 어드벤처라는 유사 장르를 찾기 어려운 도전적인 게임이었음에도 불구, 2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게이머들에게 '재밌는 게임'이란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 게임 리뷰 통계 사이트 오픈 크리틱에 따르면 데이브 더 다이버는 총 42명의 외신이 평가했으며 평균 평점은 89점(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4', 닌텐도의 '피크민 4', 스퀘어 에닉스 '파이널 판타지 14' 등 올해 출시된 대작들은 88점을 기록했는데, 이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데이브 더 다이버' 이미지. 사진=넥슨이미지 확대보기
'데이브 더 다이버' 이미지. 사진=넥슨

국산 게임들의 이러한 성과는 '빅 앤 리틀'이라는 화두로 이어진다. 빅 앤 리틀은 직역하면 '큰 것과 작은 것'이란 뜻으로, 수 백명 규모의 개발진이 투입되는 대작과 수 십명의 적은 개발진도 만들 수 있는 캐주얼한 게임을 별도로 개발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빅 앤 리틀을 본격적인 기조로 내세운 곳은 넥슨이다. 앞서 언급한 '데이브 더 다이버'를 개발한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이 바로 '리틀'을 대표하는 곳이다. 민트로켓은 30명 내외의 개발진만으로 '작지만 재미 있고 창의적인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븐나이츠 키우기' 또한 비슷한 기조 하에 출시된 게임으로 짐작된다. 넷마블은 올 6월 개최한 신작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세븐나이츠 키우기와 더불어 유명 웹툰 IP 기반 수집형 게임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신규 IP 기반 MMO전략 게임 '그랜드크로스: 에이지 오브 타이탄'까지 신작 3종을 함께 소개했다.

세븐나이츠 IP를 맡고 있는 넷마블 넥서스는 이 게임의 특징으로 저용량·저사양·쉬운 게임성을 강조했다. 2014년 출시된 원작 세븐나이츠는 수집형 RPG였다. 이후 출시된 '세븐나이츠 2',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MMORPG였다.

김정민 넷마블 넥서스 대표는 신작 쇼케이스에서 "세븐나이츠 IP 게임들이 시간이 흐르며 다소 무거워지고 복잡해진 감이 있었다"며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부담없이,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방치형 장르에 도전했다"고 설명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엔씨소프트 '퍼즈업: 아미토이', 크래프톤 '디펜스 더비', 네오위즈가 배급을 맡은 '산나비',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인디의 '러브 딜리버리'.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엔씨소프트 '퍼즈업: 아미토이', 크래프톤 '디펜스 더비', 네오위즈가 배급을 맡은 '산나비',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인디의 '러브 딜리버리'. 사진=각 사

두 회사 외 주요 게임사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벼운 게임'에 도전하고 있다. 넥슨·넷마블과 함께 '3N'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NC)는 오는 26일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를 출시한다. 최근 2년간 출시해온 '리니지W', '블레이드 앤 소울 2'나 차기작 '쓰론 앤 리버티(TL)' 등 MMORPG 라인업과는 차별화된 게임이다.

'펍지: 배틀그라운드(배그)' 개발사 크래프톤도 산하 독립 스튜디오들을 통해 '투 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사의 핵심 IP '배그'와 더불어 유명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 기반 대작을 개발하는 한편 '디펜스 더비' 등 모바일 게임을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라이징 윙스, 스팀에서 소규모 게임을 지속 론칭하는 5민랩 등이 보다 작은 게임으로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와 네오위즈, 그라비티 등은 인디 게임사 지원, 퍼블리싱 계약을 통해 '작은 게임' IP 확보에 나섰다. 올 11월 지스타에서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 개발사 스마일게이트RPG에서 단독 부스를 낸다. 이와 별개로 '스토브 인디' 플랫폼 차원에서 인디 게임 쇼케이스를 함께 선보인다.

'방구석 인디 게임쇼(BIGS)'를 매년 선보이고 있는 네오위즈가 배급을 맡은 2D 인디 게임 '산나비'는 오는 21일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 게임쇼에 출품될 예정이다. 그라비티 또한 자사에서 서비스하는 인디 게임들을 일본의 '비트서밋', 독일 '게임스컴', 미국 'PAX WEST' 등 현장 행사를 통해 선보여왔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