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위터만 'X'된 게 아니다…침몰하는 '소셜 미디어'

글로벌이코노믹

ICT

공유
0

트위터만 'X'된 게 아니다…침몰하는 '소셜 미디어'

일론 머스크 인수 후 1년에 걸쳐 몰락한 트위터
'인플루언서 광고판' 돼버린 인스타그램·틱톡

미국 캘리포나이주 소재 X(구 트위터) 본사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나이주 소재 X(구 트위터) 본사 전경. 사진=로이터
"소셜 미디어는 죽었다."

미국의 일간지 LA타임즈, IT 전문지 더 버지, 광고 전문지 애드윅,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까지 다양한 외신들이 올해 주요 기사의 제목으로 활용한 화두다.
소셜 미디어 회의론이 퍼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메타 플랫폼스(메타)와 더불어 양대산맥으로 꼽히던 X(트위터)의 몰락이다. X는 지난해 10월 28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테슬라 대표에 인수됐다. 당시 그는 "향후 몇 달 동안 트위터에 멍청한 짓을 많이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머스크 대표의 발언은 당시에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예고 정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트위터는 대규모 퇴사 조치, 인증 마크 유료화 등 수익화 강요 정책, 데이터 무단 삭제, 트위터 사유화 의혹 등 '멍청한 짓' 이상의 논란들을 일으켜왔다.
특히 올 7월은 트위터에 있어 '최악의 달'로 기록됐다. 7월 1일에는 별다른 예고 없이 한 계정이 하루에 조회할 수 있는 게시물 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해 'API 대란'이 일어났다. 같은 달 24일에는 전통의 파랑새 로고가 사라지고 로마자 'X'가 이름과 로고를 대신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X의 미국 현지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순위는 7월 초 기준 40위 초반에서 7월 막판 70위권까지 급락했다. 9월 현재에는 90위권까지 순위가 급락해 100위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앞두고 있다.

X(구 트위터)의 6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미국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순위 차트. 사진=모바일인덱스이미지 확대보기
X(구 트위터)의 6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미국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순위 차트. 사진=모바일인덱스

X(트위터)의 최대 라이벌 메타는 7월 6일 트위터와 유사한 단문형 소셜 미디어 '스레드'를 출시, 5일 만에 1억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이 외에도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의 '블루 스카이', 독일의 '마스토돈', 일본의 '미스키' 등이 대안 플랫폼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X의 대체재로 자리 잡지 못했다. 미국 매체 앙트러프러누어스 핸드북(Entrepreneur's Handbook)은 이에 대해 "머스크의 X가 연이어 실책을 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레드는 단순한 기능 복제에만 머무르며 '트위터 킬러'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기사는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와의 인터뷰를 인용, 트위터와 별개로 인스타그램마저도 위기라는 점을 지적했다. 모세리 대표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용자들이 공개적인 소셜 미디어 활동보단 쪽지나 그룹 채팅 등 비공개 활동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인스타그램은 광고로 가득차 사실상 인플루언서를 위한 마케팅 플랫폼이 됐고, 틱톡은 인스타그램보다도 더더욱 인플루언서 친화적인 앱"이라며 "트위터는 대체재가 나타나는 데 실패했고, 제3의 획기적인 서비스조차 나오지 않음에 따라 소셜 미디어의 시대가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유명 소셜 미디어 스냅챗에서 7년 동안 근무한 후 퇴사한 엘리스 햄버거(Ellis Hamburger)는 자신이 직접 소셜 미디어 시장에서 겪은 바를 토대로 더 버지에 '소셜 미디어는 죽을 운명'이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모든 소셜 미디어는 무료 플랫폼으로 시작해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충당을 위해 유료화나 광고 비즈니스 모델(BM)을 도입하며, 그 끝은 유료화 혹은 광고주에 의한 사유화로 인한 이용자 이탈"이라며 "과거 마이스페이스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내가 일했던 스냅챗까지 그 어떤 플랫폼도 예외는 없었다"고 평했다.

네이버웹툰이 최근 선보인 '작가 홈' 기능. 사진=네이버웹툰이미지 확대보기
네이버웹툰이 최근 선보인 '작가 홈' 기능. 사진=네이버웹툰

X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들을 브랜드 마케팅용 공간이 아닌 고객, 팬들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던 콘텐츠 기업과 사업자들은 대안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일부 대형 사업자들은 아예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각자도생'에 나섰다.

네이버웹툰에 최근 업데이트된 '작가 홈' 기능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에 웹툰 페이지에 댓글을 다는 것을 넘어 작가 본인이 개인이 게시글, 이미지를 게재할 수 있는 공간을 추가했다. 현재는 작가 홈 구독, 이모티콘 반응 정도의 상호작용만 가능하나, 올해 안에 댓글과 답글 기능 등을 더해 보다 소셜 미디어에 가까운 형태가 될 전망이다.

35명의 100만 유튜버가 소속된 일본의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그룹 홀로라이브 프로덕션도 올 7월 말부터 자체 팬 커뮤니티 앱을 운영 중이다. 일본은 트위터가 '국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꼽히는 나라로, 많은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이 트위터를 중요한 소통 창구로 활용해왔다.

1인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트위터의 위기로 다른 SNS를 찾기보단 유튜브 커뮤니티 탭이나 카페, 그룹 채팅 앱 디스코드 등을 대안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을 무대로 한 이른바 인플루언서들도 굳이 트위터를 쓸 필요성이 높지 않은 만큼 이제는 X가 된 트위터가 정상화된다 해도 이미 시작된 '탈X' 흐름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