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 편집장 출신의 세계적인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처음으로 설득력 있는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했다. 아이작슨이 잡스와 머스크의 전기를 동시에 펴낸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공통점이 대다수지만 차이점도 많아
적어도 아이작슨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두 사람은 공통점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차이점도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아이작슨이 두 사람의 전기를 펴내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상당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잡스 전기를 쓰기 위해 40차례 이상 잡스를 심층 인터뷰했고, 머스크 전기를 위해서는 2년 이상 머스크의 동선을 따라다니면서 머스크 본인과 주변 인물들을 집중 취재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아이작슨은 최근 펴낸 머스크 전기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잡스를 언급했다. 머스크 전기에서 잡스를 거론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머스크를 잡스와 비교했다는 뜻이다.
아이작슨은 두 사람의 개인 성격, 경영 스타일, 약점이나 단점 등을 놓고 비교를 시도했다.
피도 눈물도 없다
아이작슨이 발견한 잡스와 머스크의 첫 번째 공통점은 ‘피도 눈물도 없다’는 것이다. 회사 일에 관해서는 동료나 직원들을 절대로 봐주는 것이 없는 메마른 인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는 뜻이다.
머스크 전기에 따르면 잡스의 고등학교 선배로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은 아이작슨과 한 인터뷰에서 “잡스에 관해 가장 궁금한 것은 ‘왜 그토록 피도 눈물도 없이 회사를 경영해야만 했느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작슨은 “머스크 주변인들의 설명에 따르면 머스크도 그런 측면에서 잡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로 보인다”며 “한때 같이 살았던 전 여자친구 그라임스는 머스크가 회사 일을 할 때는 ‘악마 모드’에 종종 빠졌다고 한다”고 썼다.
아이작슨은 “흥미롭게도 두 사람은 직원들을 질책할 때 비슷한 표현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그 표현은 바로 ‘그런 멍청한 얘기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머스크와 잡스의 공통점…동료애 결핍 & 직원에 대한 매우 높은 기대
비슷한 맥락으로 아이작슨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동료애’나 ‘동지애’ 같은 개념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파악됐다.
바꿔 얘기하면 인화(人和) 관계는 철저히 무시하고 일을 중심으로만 직원들과 동료들을 대하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다소 실수를 저지르거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같이 일하는 동료나 같은 회사 구성원이라면 서로 보듬어 주는 경우도 필요한 것이 대체로 인지상정이지만, 두 사람은 완전한 예외여서 직원들은 물론이고 동료들까지 머스크와 함께 일하는 것을 힘겨워했다고 전했다.
아이작슨은 “잡스와 마찬가지로 머스크도 업무를 완수할 것을 재촉하거나 지시한 대로 일을 마치지 못한 것을 두고 질책하는 과정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앞서 확인된 공통점과 같은 맥락이지만 잡스와 머스크는 직원들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도 매우 비슷한 것으로 진단했다.
직원들에 대해 기대하는 정도가 보통 기업인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주는 시간에 대해서도 매우 인색했다.
로켓엔진 설계 전문가로 머스크와 함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차렸고, 머스크의 오른팔로 통했던 톰 뮬러는 그 인색한 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회상했다.
아이작슨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직원들은 마감 시한이 촉박한 업무 지시가 내려오면 잔업이나 야근을 통해 처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애쓰는 입장이지만, 머스크는 아예 물리적으로 제시간에 완수가 불가능한 지시를 내리곤 해 엔지니어들이 아연실색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일할 의지가 있는 직원들에게 불가능한 일을 지시하는 것은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행위이자 머스크의 최대 약점이다”라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잡스와 다른 점…현장서 직접 챙기는 스타일
아이작슨에 따르면 잡스에게는 없는 머스크만의 특이점도 한 가지 있었다.
잡스와 달리 머스크는 ‘현장맨’이라는 점이다. 즉 머스크는 제품 생산이 이뤄지는 현장에 직접 나가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못 배기는 성격의 소유자다.
아이작슨은 “잡스는 매킨토시 컴퓨터가 됐든 아이폰이 됐든 제품을 직접 디자인할 정도로 완벽한 천재에 가까웠으나 정작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이 생산되는 공장은 직접 찾은 적이 없다”면서 “반면에 머스크는 제품 디자인에도 관여하지만 사무실에 있는 시간보다 공장에 있는 시간이 10배 이상 많을 정도로 생산 현장을 빈번히 찾는다”고 전했다.
그는 “머스크는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상품의 디자인을 정하는 문제보다 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계를 잘 디자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기업인”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