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타격을 입은 이집트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집트에 대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종전 30억 달러에서 8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리기로 6일(현지시간) 합의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 중앙은행(CBE)은 또한 기준금리를 6%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이 여파로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이집트 파운드화는 달러당 30.85 수준에서 중앙은행의 발표 이후 달러당 약 50.85에 거래됐다. 금리 인상 이후 이집트 기준금리는 27.25%가 됐다.
인구 약 1억1000만명으로 중동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이집트는 외화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고전해 왔다. IMF의 지원 확대에 앞서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는 이집트에 3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집트 경제는 최근 몇 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과 석유 수입 가격이 상승하면서 외환 보유고가 고갈되는 등 큰 타격을 입어왔다. 또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으로 인해 관광업이 위축되고 수에즈 운하 사용료가 급감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화 가치 절하로 인해 이미 30%에 육박하는 이집트의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겨 단기적으로 이집트 경제에 더 큰 시련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과 경제 개혁 효과가 기대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특별위원회 회의 후 성명을 통해 "최근 국내 경제는 외화 부족으로 인해 평행 환율 시장(Parallel exchange rate market)이 존재하고 경제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행 환율 시장은 공식 외환 시장과 동시에 작동하는 비공식 시장을 뜻한다.
중앙은행은 또한 환율을 유연화하겠다면서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를 시장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집트 중앙은행 총재 하산 압달라는 “국가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강해지기 위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면서 이집트 파운드화가 폭락했지만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이어 "발표된 조치는 정부와의 조율하에 일련의 포괄적인 경제 개혁의 일환으로 채택됐다“면서 "이러한 조치의 성공적인 이행을 준비하기 위해 외환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확보됐다"고 덧붙였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이집트 파운드화 약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2024년에 중앙은행이 추가적인 통화 긴축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들은 인플레이션이 2023년 33.9%에서 올해 약 30.3%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집트 통화정책위원회는 논평에서 "이번 긴축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기대 인플레이션을 고정할 수 있는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