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보편적인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의 이용자 중 게임 과몰입(중독) 이용자의 비율은 약 16%이며, 이용자에게 특별히 더 중독적인 장르는 구분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 로스 비즈니스 스쿨의 푸닛 만찬다(Puneet Manchanda)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비디오 게임 중독률 탐구를 위한 새로운 연구'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스팀 이용자 1만34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결과를 담은 이 보고서에 따르면 PC 게임 이용자 중 중독적인 징후를 보이는 이용자는 최소 14.6%, 최대 18.3%인 것으로 조사됐다.
푸닛 만찬다 교수는 "학부모들이 보면 '중독자가 이렇게 적을 리 없다'고 하고, 게이머들이 보면 '왜 이렇게 중독자 비율이 높냐'고 할만한 수치일 것"이라고 평했다.
국내 사례와 비교해볼 경우,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지난해 8월 발간한 '2023년 중독 주요 지표 모음집'에 따르면 18세에서 29세 사이 인구의 게임이용장애 고위험군의 비율은 18.9%, 30세에서 39세 사이의 경우 9%로 조사됐다. 18세에서 69세까지 보편적 인구의 이용장애비율은 5.9%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게임 과몰입' 분류 기준을 소비 패턴을 통해 분석했으며, 기존의 도박 관련 연구 자료를 참고했다. 이에 따라 '게임을 플레이한 후 더 많은 게임을 플레이하려는 욕구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패턴을 보인 이용자를 과몰입, 중독 이용자로 분류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019년 '게임 이용 장애'를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상 질병 코드로 등록해 게임업계의 빈축을 샀다.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해 '게임은 중독을 불러 일으키는 물질', 개발사가 의도적으로 중독적인 게임을 만든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연구진은 이에 관해 "게임이 의도적으로 중독성을 갖도록 설계됐다는 주장은 입증하기 어렵다"며 그 근거로 게임의 장르나 콘텐츠적 특성이 중독으로 이어지는 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제시했다.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브루노 카스텔로 브랑코(Bruno Castelo Branco) 연구원은 "생존 장르나 RPG, 슈팅 게임 등 장르에서 과몰입 이용자가 많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나, 이들의 특징과 중독성 행위 사이 상관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거의 없었다"며 "이용자 개개인의 특성이 중독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만찬다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게임업계인들과 논의한 바를 토대로 보면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제각기 자신의 게임을 다시 플레이할 정도의 '특별한 매력'을 부각하기 위해 게임을 디자인한다"며 "특정 게임이나 장르가 중독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소비가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 외에도 과몰입 이용자의 특징으로 △일반 이용자 대비 더 많은 게임을 구매, 소유함 △스팀 플랫폼 안에 더 많은 친구들이 등록돼있음 △한 번 게임을 플레이하면 더 오랜 시간 플레이함 △신규 출시 게임을 더 많이 구매함 등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장기 연구 도중 발표된 일종의 중간 리포트다. 만찬다 교수의 연구진은 이후 △게임 과몰입이 합리적·비합리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 △특정 게임 별 디자인적 특성 분류 △게임 마케팅·광고 윤리 등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