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과잉 생산과 수출 공세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게 미국 측 판단이다. 중국이 자국 내 과잉 생산 문제를 해소하려고 대대적으로 저가 수출 공세를 전개함에 따라 미국과 세계 경제가 ‘제2의 차이나 쇼크’에 직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WSJ)이 최근 보도했다. 중국이 지난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값싼 제품을 대규모로 수출했고, 그 여파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했으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는 1차 차이나 쇼크를 경험했다. 중국은 최근에 경제를 살리려고 자동차, 기계류, 가전제품 등 자국이 소비하지 못하는 제품에 대한 수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에 대해서는 G7 국가 중에서 미국과 함께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이 공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또 G20 국가 중에서는 브라질이 중국산 철강 덤핑 수출 문제 등에 조사에 착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년 동안 자국 전기차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 동력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에서 자국의 CATL(닝더스다이·寧德時代)과 비야디를 세계 점유율 1, 2위로 키웠고, 값싼 전기차로 글로벌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 등의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산업 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공업정보화부 등 7개 중국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공업 분야 설비갱신 촉진 실시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2027년까지 산업계 설비 투자 규모를 2023년에 비해 25% 이상 늘리는 내용이 들어있다.
중국을 방문했던 옐런 장관이 미국이 저가 중국산 제품 수입으로 미국의 산업이 파괴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중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5∼6일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진행된 허리펑 부총리와 회담, 7일 진행된 리창 국무원 총리와 회동 등을 통해 중국 과잉 생산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했다. 리창 총리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값싼 전기차 등이 시장 원리를 볼 때 세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은 중국이 끝내 생산 조절을 하지 않으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때 미국의 우방국들이 이와 유사한 조처를 해달라는 게 미국 측 주문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