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가전업계에서 중국기업들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출하량은 2억2300만대로 전년동기대비 약 3%가 감소해 시장이 침체됐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 자리를 고수했지만 전년동기대비 1% 감소했고 LG전자는 6%가 감소하면서 4위에 머물렀다. 반면 중국기업인 하이센스와 TCL은 각각 4%와 5%점유율이 증가했다.
지난해말 중국의 가전기업 TCL이 98형 제품을 300만원이 안되는 가격에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쿠팡과 협력해 구매의 걸림돌 이었던 설치와 애프터서비스(AS)문제까지 해결한데 이어 품질마저 준수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 TCL은 이 여세를 몰아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TCL코리아를 설립하고 이달 초 QD-Mini LED TV제품인 ‘X955’ 시리즈 △115형 △98형 △85형을 출시했다.
로봇청소기 시장은 대형 TV시장처럼 저렴한 가격에 준수한 성능을 뜻하는 ‘가격대 성능비’ 이미지를 이미 벗어났다. 국내 로봇청소기 1위 기업은 중국기업인 로보락이다. 로보락은 청소와 물걸레, 자동걸레세척기능을 통합한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앞세워 지난 2022년과 지난해를 합쳐 2년 연속 국내시장 1위를 차지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로보락 제품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라는 것이다. 로보락이 지난해 출시한 S8 프로 울트라(Pro Ultra) 제품은 가격이 150만원을 넘는다. 경쟁모델인 LG전자의 코드제로 제품이 청소와 물걸레 기능을 갖췄지만 자동걸레세척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100만원이 안되는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로보락제품을 선택했다. 이는 그동안 가격대 성능비에 구입해왔던 중국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의 대응은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자동걸레세척기능까지 탑재한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를 출시했지만 LG전자는 계획만 있을 뿐 아직 출시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을 비롯해 저가시장과 고가시장 모두에서 중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출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중국기업보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제품을 선보이는 등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