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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美 재무, G20 추진 '글로벌 억만장자 부유세 신설'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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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美 재무, G20 추진 '글로벌 억만장자 부유세 신설' 반대

G20 의장국 브라질 등, 초슈퍼 리치 3000여명 대상 최소 2% 부유세 부과 추진
독일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20일(현지 시각) 브라질 등이 추진하는 글로벌 억만장자 부유세 신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20일(현지 시각) 브라질 등이 추진하는 글로벌 억만장자 부유세 신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올해 의장국인 브라질독일·스페인·남아프리카공화국 4개 회원국의 전 세계 억만장자 3000명을 상대로 재산의 최소 2%에 해당하는 부유세를 부과하자는 제안에 미국이 반대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20일(현지 시각) 억만장자 부유세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G7 재무장관들은 이번 주에 열리는 회의에서 글로벌 억만장자 부유세 신설 방안 등을 협의한다. 옐런 장관은 “우리가 누진 과세(progressive taxation)를 믿지만, 재산 재분배 차원에서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공통의 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지지하지 않고, 그런 것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국가는 개인에게 거주하는 주소지에 따라 소득세를 부과한다. 미국은 시민들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에 과세해 미국인들이 자산을 옮기거나 해외에서 소득이 발생해도 미국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을 피하기 어렵게 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고소득자·자산가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부자 증세를 제안했다. 자산 규모가 1억 달러(약 1360억원) 이상인 부유층으로부터 25%를 ‘부유세’로 받아내고, 연 수입이 40만 달러 이상 소득자를 대상으로 노령자 건강보험인 노인 의료보장 부담금을 올리자는 것이다. 현재 자본소득이 현금화되면 이에 대해 부과되는 세율은 23.8%다. 임금을 포함한 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은 최대 37%다.
옐런 장관은 전 세계 법인을 대상으로 최저한세 15%를 적용하는 데는 찬성했다. 그러나 미 의회는 공화당의 반대로 이 안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다국적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법인세율 15%(글로벌 법인세 최저 세율)를 기준으로 그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으면 부족분을 다른 국가들이 걷을 수 있게 하는 국제적 합의다. 이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주도로 지난 2021년 10월 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 제13차 총회와 G20 정상회의에서 2023년 이후에 시행하기로 합의됐었다. 한국은 지난 2022년 12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안'을 개정해 세계 최초로 이를 법제화했고, 올해부터 시행했다.

브라질 등은 글로벌 초부유층이 보유한 자산을 세율이 낮은 지역으로 자유롭게 옮기는 방식으로 절세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인의 최저한세와 비슷한 제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브라질과 독일·스페인·남아프리카공화국 장관들은 의견서에서 "시스템의 지속적인 허점으로 고액 자산가들이 소득세를 최소화할 수 있고, 세계 억만장자들은 현재 개인 소득세로 자신들 부의 최대 0.5% 정도만 낸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제사회가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최저 세율을 적용키로 한 것처럼 억만장자들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유세 과세는 브라질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G20 안건으로, 올해 초 G20 재무장관 회의 의제로 상정됐다. G20오는 6월 실무단 회의 등에서 이 의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내년에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올리고, 연간 소득 40만 달러(약 5억5000만원) 이상 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부자 증세를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법인세율은 35%였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부가 2017년에 이를 21%로 낮췄다. 이 법인세율 적용 시한은 2025년 말이다. 미 의회가 관련 입법을 하지 않으면 법인세율이 다시 원래대로 올라간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새로운 법 제정을 통해 법인세율을 28%로 올릴 계획이다. 바이든 정부는 법인세 최저한세’도 현행 15%에서 21%로 대폭 올리기로 했다. 최저한세는 조세 감면 혜택을 받더라도 최소한으로 내야 하는 세금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