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EU가 전기차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전동차, 의료기기, 주석도금 강판 등 다양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면서 '관세 전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에어버스 여객기 100대 구매라는 당근책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로듐그룹은 EU의 상계관세율이 50% 미만이라면 중국산 수입 억제 및 자국 전기차 산업 보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키엘세계경제연구소는 20% 상계관세 부과 시 현재 EU 전기차 수입액의 25% 수준인 38억 달러(약 5조2090억 원) 상당의 중국산 전기차 유입 차단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EU 집행위는 잠정 상계관세 부과 여부 결정 후 4개월 동안 논의를 거쳐 영구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EU 집행위가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인 다른 중국산 제품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고, 중국도 이에 맞대응하고 있어 양측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EU 의회 선거 결과, 대중국 강경 정책을 주도해온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될 경우 EU와 중국 간 관세 전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 초 프랑스산 코냑 등 수입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대만, 미국, 일본뿐 아니라 EU산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도 착수했다. 또한, EU산 돼지고기 및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EU에는 강경책과 온건책을 혼용하는 '강온양면책'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고 중국에 우호적인 독일이 EU 집행위의 중국산 전기차 고율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점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5년 만에 유럽을 방문해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를 찾은 것도 EU의 반보조금 공세 완화를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국영 항공사인 에어차이나, 남방항공, 동방항공이 에어버스로부터 A330 모델 여객기 100대를 구매하려는 움직임은 중국 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즉, 중국이 에어버스 여객기를 구매함으로써 EU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중국 국영항공사들과 에어버스 간 판매 조건 협상이 진행 중이고 계약 체결 시기도 불투명하여 실제 계약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반보조금 조사 및 상계관세 부과 문제로 인해 에어버스 여객기 판매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