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농산물 수입', '외국인 돌봄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민감한 사회 문제에 직접 개입하며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복심’인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상법 개정', '배임죄 폐지' 등 금감원 영역을 넘어 경제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23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과거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망하던 자세를 벗어나 농산물 수입, 외국인 돌봄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중요한 사회적 문제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한은이 보고서를 발표하자마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수입을 많이 한다고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은 개방도가 낮지 않다"고 반발했다. 농민들의 반대에도 부딪히는 등 농산물 수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쉽지 않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 송 장관은 농민 편을 들고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은은 지난 3월에도 '외국인 돌봄 인력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돌봄서비스 인력난 해결의 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업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도 반향을 불러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4월 외국인 유학생과 이민자의 돌봄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한은에 공감했다.
지난 19일 저출산고령사회대책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규모를 내년에는 대폭 확대하고, 추가로 도입될 외국 인력에는 '최저임금 적용 예외'를 적용하는 취지의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을 발표했다. 외국인 돌봄 인력을 '가사 사용인'으로 지칭해 근로기준법 11조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했다.
금감원은 재계와 법조계에 뿌리 깊은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배임죄 폐지'를 언급하며 상법 개정 논란에 불을 붙였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해 정부가 이사의 충실 대상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나서자 재계가 반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이 ‘배임죄 폐지’ 카드를 꺼내며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이 원장이 2020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로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이끌었던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19개 혐의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원장은 “삼라만상을 모두 처벌 대상으로 삼는 배임죄를 유지할지, 폐지할지 정해야 한다면 폐지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감원장이 상법 개정 등 소관 밖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감원은 기획재정부·법무부 등 주무 부처도 아니고 정부 조직법상 기구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금감원장은 차관급에 불과하다.
아울러 배임죄 폐지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거대 야당의 벽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민지 글로벌이코노믹 수습기자 minjiha@g-enews.com